- 대법원 2005. 1. 1 |
Ⅰ. 사실관계
① 소외 주식회사 세웅주택(이하 ‘세웅주택’이라 한다)은 1995. 12. 8. 소외 흥룡사로부터 포천군(주소 1 생략) 임야 583.799㎡ 및 (주소 2 생략) 전 7,435㎡ 중 12,000평을 그 위치를 특정하여 5억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이에 따라 위 매매 목적 부동산에 관하여 포천군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으나, 포천군은 1996. 4. 6. 그 중 일부인 경기 포천군 (주소 1 생략) 임야583,799㎡ 중 538,799분의 4,955.5 지분 및 (주소 2 생략) 전 7,435㎡ 중 7,435분의 2,026.5 지분(이하 통틀어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만 토지거래허가를 하였고, 세웅주택과 흥룡사는 1996. 4. 1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세웅주택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② 피고의 동생인 소외 1은 1996. 7. 경까지 세웅주택의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피고와 함께 세웅주택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호텔 공사와 아파트 건립사업 등의 부진으로 부채가 누적되어 부도위기에 처하자, 소외 1은 1996. 7. 13. 소외 3, 소외 4 등(이하 ‘소외 2 등’이라고 한다)과 세웅주택의 모든 주식과 경영권을 대금 9억 5천만 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이사 ‘주식 등 양도계약’이라 한다)를 체결하였고, 소외 2 등은 당시 세웅주택이 부담하고 있던 각종 채무(그 중에는 원고에 대한 1억 원의 공사대금 채무도 포함되어 있었다)를 그대로 인수하기로 약정하였다.
③ 소외 2 등이 인수하기로 한 세웅주택의 채무 중에는 북인천농협중앙회에 대한 2억 3천만 원 및 주택은행에 대한 4억 원, 합계6억 3천만 원의 대출금 반환 채무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에 대하여 피고와 소외 5 등의 소유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되어 있었는데, 소외 2 등은 위와 같이 채무를 인수하면서 위 대출금채무를 30일 이내에 변제하되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앞으로 약속어음을 발행, 공증함과 아울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약정하였고, 소외 2는 1996. 7. 19. 세웅주택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그 등기까지 마쳤다.
④ 세웅주택, 소외 2 등과 함께 주식 등 양도계약 당시 소외 2 등의 채무를 연대 보증한 소외 6, 소외 8, 소외 9 등은 1996. 7. 19. 위 약정에 따라 피고를 수취인으로 하여 액면 6억 3천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또 소외 10과 피고의 처인 소외 11을 수취인으로 하고 액면 금액은 위 주식 등 양도계약서 양도대금 중 잔금으로 정해진 금액과 같은 4억 7,048만 원으로 기재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으며, 아울러 위 4억 7,048만 원의 채무에 관하여는 같은 날, 6억 3천만 원의 채무에 관하여 는 1996. 7. 24.에, 각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각 약속어음을 공증하는 외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다는 내용의 지불이행각서를 소외 1에게 작성ㆍ교부하였다.
⑤ 그 후 인수채무에 대한 실사과정에서 세웅주택의 채무가 당초 인수하기로 약정한 것 말고 더 있는 것이 밝혀지자, 소외 1과 소외 2 등은 1996. 7. 25. 그 부분 채무도 소외 2 등이 인수하기로 한 채무에 포함시키는 대신 양도대금을 1억 5천만 원으로 감액하여 소외 2 등이 파주시 법원리에 건축중에 있는 아파트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고, 위 인수채무에 원래 포함되어 있던 소외 12, 소외 13, 소외 14에 대한 채무 4억 5천만 원을 30일 이내에 변제하되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소외인들 앞으로 약속어음을 발행, 공증해 주기로 약정하였다(당초의 주식 등 양도계약에서는 위 4억 5천만 원의 채무에 대하여 30일 이내에 변제하기로 하는 약정만 있었다).
⑥ 소외 2 등은 1996. 7. 26. 소외 1로 하여금 위 각 약속어음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 고, 위 지불이행각서에 확정일자를 받도록 하였는데, 그 후 소외 2 등은 위 6억 3천만 원 및 4억 5천만 원 및 4억 5천만 원의 채무를 약정 기일까지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⑦ 소외 1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을 때인 1996. 7. 11. 발급받았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고, 근저당권설정계약서,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 위임장에 자신을 세웅주택의 대표이사로 기재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포천등기소 1996. 8. 22. 접수 제23495호로 채권최고액 11억 4,800만 원인 피고 명의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를 마쳤다.
⑧ 소외 2 등이 주식 등 양도계약 후 세웅주택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고 어음과 수표를 남발하다가 1996. 8. 24. 부동를 내는 등 회사에 손실만 끼치자, 소외 1은 1996. 9. 10. 경 소외 2 등에게 주식 등 양도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그 무렵 소외 2 등도 이를 받아들여 위 주식 등 양도계약을 무효화하기로 하였고, 그에 따라 1996. 9. 18. 소외 2가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소외 1이 다시 취임하는 내용 의 법인등기가 마쳐졌다.
⑨ 흥룡사는 1996. 8. 31.까지 세웅주택으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 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원고 명의의 가압류 등기가 경료되지 약 1년 8월 전인 1996. 9. 초순경 세웅주택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에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1996. 9. 1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⑩ 흥룡사는 그 후 세웅주택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를,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를 각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서울지방법원은 1999. 1. 8.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흥룡사와 세웅주택 사이의 매매계약이 1998. 11. 19. 경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세웅주택에 대하여 1억 5천만 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흥룡사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명하고, 피고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에 관하여는 피고가 위 매매계약의 해제 이전에 이해관계를 갖게 된 제3자일 뿐 아니라,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아무 권한 없이 설정된 무효의 등기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위 법원 97나37936)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1999. 4. 14.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로 확정되었다.
⑪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인 1998. 5. 23. 세웅주택에 대한 1억 원의 공사대금 채권에 기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 산을 가압류하는 결정을 받아 1998. 5. 27. 그 가압류기입등기를 마쳤으며, 세웅주택은 현재 사실상 폐업상태로서 아무런 자력이 없다.
Ⅱ. 판결요지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등기가 된 경우에, 그 가압류채권자(현 소유자)의 전 소유자가 위의 가압류 집행에 앞서 같은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등기를 경료한 다음, 채무자를 상대로 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기에 이르렀다면, 위와 같은 가압류는 결국 말소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로 볼 수 없으며, 가처분채권자가 받은 본안판결이 전부 승소판결이 아닌 동시이행판결인 경우도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Ⅲ. 해설
1. 보전처분(保全處分)
가. 보전처분의 의의
민사소송절차는 많은 시일을 소요하게 되므로 그 사이에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변한다든가 다툼의 대상에 관하여 멸실ㆍ처분 등 사실적 또는 법률적 변경이 생기게 되면 채권자는 많은 시일과 경비만을 소비하였을 뿐 권리의 실질적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미리 채무자의 일반재산이나 다툼의 대상의 현상을 동결시켜 두거나 임시로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형성시켜 두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중에 확정판결을 얻었을 때 그 판결의 집행을 쉽게 하고 그때까지 채권자가 입게 될지 모르는 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게 된다.
보전처분이란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쟁송(본안소송)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하며, 이러한 쟁송에 대한 판결의 집행을 쉽게 하거나 판결이 있을 때까지의 손해발생을 방지할 목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등을 현재의 상태로 동결하거나 임시적 법률관계를 형성시키는 재판을 의미한다. 즉, 판결의 집행보전 또는 손해방지를 위한 잠정적 조치를 명하는 처분이며, 이러한 처분을 얻기 위한 절차와 그 당부를 다투는 쟁송절차를 보전명령절차라고 하고, 그 처분의 집행절차를 보전집행절차라고 하며, 보전명령절차와 보전집행절차를 합하여 보전소송절차 또는 민사보전절차라고 한다.
나. 협의 보전처분 및 광의의 보전처분
협의의 보전처분은 민사집행법 제4편 보전처분에 규정된 가압류, 가처분만을 가리킨다.
통상적으로 보전처분이라 함은 협의의 보전처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진다. 광의의 보전처분은 ‘법원이 권리자의 집행보전과 손해방지를 목적으로 잠정적인 조치를
명하는 재판 전부’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민사소송에서의 각종 보전처분 외에 비송사건에서의 보전처분 및 공법상의 보전처분까지 포함된다.
다. 보전처분의 종류
1) 가압류(假押留)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동산(動産) 또는 부동산(不動産)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동결시켜 채무자로부터 그 재산에 대한 처분권(處分權)을 빼앗는 집행보전제도를 말한다(민사집행법 제276조).가압류는 가압류를 하지 아니하면 판결을 집행할 수 없거나 판결을 집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가압류가 인정된다(민사집행법 277조).
2) 가처분(假處分)
민사집행법 제4편의 가처분(협의의 가처분)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과 임시의 지위를정하기 위한 가처분 두 가지로 나뉜다.
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금전 이외의 물건(物件)이나 권리(權利)에 대한 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시까지 다툼의 대상의 처분, 멸실 등 법률적ㆍ사실적 변경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현상을 동결시키는 보전처분을 말한다(민사집행법 300조 1항).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유체물에 한하지 않고 채권적 청구권, 물권적 청구권, 지적재산권, 공법상의 규제를 받는 광업권이나 공유수면매립면허권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현상변경을 금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므로 처분의 형식이 일정하지 않으나 처분금지가처분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있다.
나)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현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현상을 방치한다면 권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등 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임시의 지위를 부여하는 보전처분이다(민사집행법 300조 2항).
라.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
1) 처분금지가처분
부동산에 대한 채무자의 소유권이전, 저당권ㆍ전세권ㆍ임차권의 설정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가처분이다.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은 등기된 부동산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미등기부동산이나 채무자의 권리가 등기되지 아니한 경우라면 그 등기를 병행하거나 선행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허용한다.건축허가 또는 건축신고를 마쳤으나 사용승인을 얻지 않아 보존등기를 못한 건물에 대하여도 가처분이 가능하다.
2) 집행의 효력
(1) 등기와의 관계
처분금지가처분은 그 집행인 등기에 의하여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하여 그 가처분의 내용에 따른 구속력을 갖게 된다.따라서 가처분명령이 발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가처분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가처분 채무자가 그 가처분의 내용에 위반하여 처분행위를 하고 그에 기하여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 등이 마쳐졌다면 그 등기는 완전히 유효하고 단지 위 명령이 집행불능이 될 따름이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5012 판결).처분금지가처분 이전에 가처분채무자로부터 제3자에의 양도나 그 밖의 처분행위가 있었으나 그 등기만이 가처분등기 후에 마쳐진 경우에는 제3취득자가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러나 가처분등기보다 먼저 등기된 가등기에 의하여 본등기가 경료된 경우에는 그 본등기가 설사 가처분등기 후에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2) 가처분등기 후의 처분행위의 효력 및 범위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면 채무자가 가처분에 위배하여 한 처분행위의 효력을 무효로 할 수 있다.가처분 채권자가 가처분 위반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시기는 본안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거나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때(화해, 조정, 청구의 인낙 등에 의하여 가처분채권자의 권리의 존재가 확정된 때)이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12349 판결 등).따라서 처분금지가처분채권자의 권리가 본안에서 확정될 때까지는 가처분등기 후의 처분행위라도 등기가 허용됨은 물론이다.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한 처분행위는 가처분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그 밖의 모든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도 항상 절대적으로 무효라고 하는 견해(절대적 효력설)도 있으나,판례와 통설은 가처분위반의 처분행위는 가처분채무자와 그 상대방 및 제3자 사이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단지 가처분채권자에게만 대항할 수 없음에 그친다는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68. 9. 30. 선고 68다1117 판결).가처분에 의한 처분금지의 효력은 가처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한도에서만 생기는 것이므로 가처분채권자는 피보전권리의 한도에서 가처분위반의 효렭을 부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실체적 효력설,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0다65802 판결 참조).
2. 매매(賣買)
가. 서설
매매는 매도인(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매수인(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매수인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낙성ㆍ쌍무ㆍ유상ㆍ불요식의 계약이다(민법제563조). 민법은 ① 매매의 성립에 관하여, 매매의 예약(민법 564조), 해약금(565조), 매매계약비용의 부담(민법 566조) ② 매매의 효력에 관하여,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민법 568조), 이와 관련된 사항(민법 585조 내지 589조), 담보책임(민법 570조 내지 584조) ③ 환매(還買)(민법 590조 이하에 관하여 각 규정하고 있다.
나. 매매의 성립
1) 매매의 성립요건
매매(賣買)는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고,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한다.매매의 목적이 되는 재산권에는 제한이 없다. 타인의 재산권도 그 목적으로 할 수 있으나, 매도인이 이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을 때에는 담보책임을 지게 된다.매매계약의 성립에 관한 특수한 문제로서, 매매의 예약(민법 564조)과 계약금(민법 565조)이 있다. 매매계약에 관한 비용은 특약이 없으면 당사자 쌍방이 균분하여 부담한다(민법 566조).
2) 매매의 예약
일반적으로 예약이란, 장차 그에 의하여 본계약(本契約)을 체결 또는 성립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매매의 예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매매목적물, 이전방법, 매매가액 및 지급방법 등의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다4908, 4915, 4922 판결).
3) 계약금
가) 계약금의 의의
계약금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에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교부하는 금전 기타의 유가물을 말한다.
나) 계약금의 종류
계약금은 증약금(證約金)ㆍ위약금(違約金)(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벌)ㆍ해약금(解約金)의 전부(全部) 또는 일부(一部)의 의미ㆍ효력을 가진다.① 모든 계약금은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증거의 의미를 가지므로, 계약금은 기본적으로 증약금(證約金)으로서의 의미ㆍ효력을 가진다.② 매매에 있어서, 계약금의 교부는 해제권의 발생을 저지하는 당사자간의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해제권을 유보하는 의미효력을 가지게 되는데(민법 565조 1항), 이러한 경우의 계약금을 해약금(解約金)이라고 한다.③ 계약금에 대하여 위약금의 특약이 있는 경우, 그 계약금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의 의미ㆍ효력을 가진다.
다)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권을 계약금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민법 565조 1항),
이 경우에는 민법 제551조의 규정(해지해제와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동조 2항). 해약금에 의한 해제도 해제이므로 소급효(遡及效)가 있고, 해약금에 의한 해제는 소급효가 있으나 당사자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할 수 있으므로 원상회복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해약금에 의한 해제는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민법 565조 2항).
3. 계약의 해제
계약의 해제란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나 법정 또는 약정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킴으로써 계약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키는 것을 말한다. 해제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며, 해제권은 형성권(形成權)이다. 해제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법정해제(法定解除)와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약정해제(約定解除)가 있다.
가. 법정해제
민법상 법정해제권의 발생원인은 모든 계약에 공통되는 것과 각 계약에 특유한 것이 있다.모든 계약에 공통되는 것에는 채무불이행(이행지체ㆍ이행불능, 민법 544조 내지 546조)이 있으며, 각 계약에 특유한 것에는 증여(민법 555조 내지 557조), 매매(민법 570조), 도급(민법667조 이하) 등에 관한 것이 있다.
1) 법정해제권의 발생
각종의 계약에 관하여 특수한 해제권이 법정된 경우(예: 민법 555조, 673조)가 적지 않으나, 모든 계약에 공통되는 법정해제권의 발생은 채무불이행을 그 요건으로 한다. 법정해제권 발생의 요건인 채무불이행은 주된 채무의 그것이어야 하고, 부수의무의 불이행은 원칙적으로 해제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가) 이행지체에 의한 해제권의 발생
①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한 이행지체가 있을 것②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할 것 ③ 채무자가 최고기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을 것
나) 이행불능에 의한 해제권의 발생
채무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에는 채권자는 최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546조).
다) 기타 사유에 의한 해제권의 발생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며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채권자가 그 계약을 채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불완전이행(=적극적 채권침해)의 경우에도 해제권이 발생한다(통설).통설은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권해지권의 발생을 인정한다.판례는,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권의 발생을 부정하여 왔었는데, 최근에는 매매계약에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가능성을 긍정한 판결이 있으며(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6746 전원합의체 판결), 계속적 계약관계에서는 해지권의 발생을 엄격한 요건하에 인정하여 오고 있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4다31839 판결).
2) 법정해제의 효과
가) 민법의 규정
민법은 제548조 제1항에서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으로 이미 등기나 인도를 한 경우에 그 원인행위인 채권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원상회복된다고 할 때, 그 이론구성에 관하여는 직접효과설(直接效果說: 해제에 의하여 채권행위인 계약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한다는 설)과 청산관계설(淸算關係說: 해제권의 행사는 계약관계의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원 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향하여 동일성을 유지한 채 청산관계(반환채권관계)로 변용될 뿐이라는 설)의 대립이 있고, 직접효과설(直接效果說)은 다시 채권적 효과설(債權的 效果說: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인정하는 입장, 즉 해제가 채권행위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하는 것일 뿐이지 그 이행행위인 물권행위 및 그에 기초한 물권변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과 물권적 효과설(權的 效果說: 물권행위의 유인성을 인정하는 입장, 즉 계약의 해제가 채권행위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하고, 그 결과 그와 유인적 관계에 있는 물권행위의 효력도 소급적으로 소멸하기 때문에 해제로 인하여 이전되었던 물권은 당연히 복귀된다고 하는 설)로 나누어진다.
판례는 물권적 효과설의 입장에서, 우리의 법제가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점과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가 거래안정을 위한 특별규정이란 점을 생각할 때, 계약이 해제되면 그 계약의 이행으로 변동이 생겼던 물권은 당연히 그 계약이 없었던 원상태로 복귀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1977. 5. 24. 선고 75다1394 판결).
나) 해제의 효과의 구체적 내용
물권적 효과설에 따르면,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1) 계약관계로부터의 해방
① 계약의 소급적 실효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상의 채권ㆍ채무는 소급적으로 소멸하므로, 당사자는 계약상의 의무를 면한다.
② 물권의 당연 복귀
해제에 의하여 채권행위의 효력은 물론 그 이행행위인 물권행위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효력도 소급적으로 소멸하므로(유인성), 해제권이 행사된 경우 계약에 기하여 이전되었던 물권은 당연히 복귀된다.
③ 제3자의 보호
여기서 ‘제3자’란 일반적으로 그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하여
해제 전(前)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등기ㆍ인도 등으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자를 말하며(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33004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14569 판결),
계약(법률행위) 자체의 흠결로 인한 소급적 실효의 경우가 아니므로 제3자의 선의ㆍ악의는 불문한다.다만, 판례는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해제 후(後)라 하더라도 권리외관의 제거(말소등기 등 원상회복등기) 전(前)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고 공시방법을 갖춘 ‘선의’의 자도 제3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6341 판결), 계약해제 후(後) 말소등기 전(前)에 계약해제 사실을 모르고 새로운 이해관계를 갖게 된 자에 대하여는 계약해제를 주장할 수 없다.
(2) 원상회복의무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은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진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1다76298 판결).
(3)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ㆍ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법 551조).
나. 약정해제
계약체결 당시 또는 그 후의 약정으로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에 해제할 권리를 유보한 경우에 인정되는 해제를 말한다(민법 543조 1항).
4.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은, 위 사실관계와 같은 사실인정에 터잡아「① 세웅주택과 흥룡사 간에 체결된 매매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은 흥룡사에 복귀되었다고 할 것이나,
원고는 위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이 사건 부동산을 가압류하였고, 이러한 경우 가압류권자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계약 해제의 효과로써 그 권리를 해할 수 없는 제3자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흥룡사는 위 계약 해제의 효과를 가지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따라서 원고로서는 세웅주택에 대한 1억 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세웅주택을 대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② 다음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인무효인지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소외 2 등이 세웅주택의 주식과 경영권을 양수하면서 함께 인수한 세웅주택의 일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약정에 따라 마쳐진 것인데, 그 후 위 주식 및 경영권 양도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그 양도계약과 일체로 이루어진 위 채무인수 및 담보약정도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결국 위 채무인수 및 담보약정에 근거하여 마쳐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에 귀착된다 할 것이다.
③ 따라서 원고는 세웅주택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원인무효로 인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 할 것이니, 이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원인 주장은 이유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대법원은, 「①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란 일반적으로 그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하여 해제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등기, 인도 등으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자를 말하는 것인데(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3502 판결), 해제된 매매계약에 의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된 부동산을 가압류 집행한 가압류채권자도 원칙상 위 조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에 포한되는 것임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40937 판결).② 그러나 다른 한편,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이 유효하게 집행된 이후 가처분채권자가 그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가처분채권자는 가처분등기 후에 경료된, 그에 위반되는 등기의 말소를 단독으로 신청 할 수 있고(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12349 판결), 동일한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와 처분금지가처분이 경합하는 경우 처분의 금지라는 점에 있어서는 양자의 효력이 양립할 수 없어 가압류와 가처분의 효력 순위는 그 집행 순서에 따라 정할 수 밖에 없으므로,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등기가 된 경우에, 그 가압류채무자(현 소유자)의 전 소유자가 위의 가압류 집행에 앞서 같은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등기를 경료한 다음, 채무자를 상대로 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기에 이르렀다면, 위와 같은 가압류는 결국 말소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러한 가압류채권자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로 볼 수 없으며, 가처분채권자가 받은 본안판결이 전부 승소판결이 아닌 동시이행판결인 경우도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③ 흥룡사는 1996. 9. 초순경 세웅주택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1996. 9. 1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의 기입등기가 경료된 사실, 흥룡사는 그 직후인 9. 16. 세웅주택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세웅주택명의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 1억 5천만 원의 반환과 상환으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같은 사정들을 앞서의 법리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제3자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 고 판시하였다.
[참조조문]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참조판례]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40937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51685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3502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2850 판결.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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