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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82」김용호 '처서 유감'

  「금요거제시조選-182」
      
처서 유감

 


 


 



       김용호

   처서라 카는 거는
   더위를 처분한다
   그런 절기 뜻이랏꼬
   이바구 하더마는
   우야노
   처분은 커녕
   다음당 더 난리네.

   하늘이 찌는 것을
   누구한테 원망하며
   가슴의 열불들은
   어데다가 풀어볼꼬
   제꾸리
   남은 정신도
   오락가락이구나.

시인프로필
김용호:일운출생/경상대대학원졸/한국문협,거제문협,거제수필,거제시조,거제시문학,청마기념사업회,거제향교회원/전국시조가사공모전일반부최우수상/현대시조등단(2020년)/시집「갯민숭 달팽이」/시조집「선운사 꽃무릇」/저서「풀어보고엮어보는거제방언사투리」,「재미나게풀어보는거제방언거제말」「계룡산 억새능선」, 「재밌는 거제도 사투리」/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편집장

 ◎입산(入山)과 합일(合一)

 ‘확이 깊은 집의 개는 주둥이가 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디딜방아나 절구에서 찧거나 빻을 곡식을 넣는 곳을 확이라 한다. 확은 넓적하거나 둥근 돌의 가운데를 연장으로 파내어 만든 것인데 주로 석질이 무른 것을 이용한다. 요즘은 대체로 물을 담아 두기에 물확이라 하기도 한다. 깊은 확의 곡식을 꺼내 먹자면 주둥이가 길어야 한다. 세상살이는 환경이 좌우하기에 이를 빗대어 한 말이다. 이런 속담은 우리에게나 있지 서양에는 없다.
 
청마북만주문학기행 일환으로 몽골에 갔을 때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광활한 초원에 들꽃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들꽃들이었다. 절굿대며 솜다리, 백리향이 멀리서 보면 색색 융단처럼 그 모습이 현란했다. 들꽃들을 보니 농사가 되겠는데 왜 논밭으로 가꾸지 않는냐고 물었더니, 건조하고 추운 탓도 있지만 몽골 사람들은 땅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갈고 파헤쳐 땅에 상처를 내는 일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풀을 키워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가축은 사람의 양식이 되니 땅은 곧 풀과 가축과 사람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 몸에 상처를 낼 수 없단다. 

 사람이 죽으면 풀밭에 풍장을 하는 것도 땅에서 받은 몸을 땅으로 돌려준다는 생각에서라고 했다.풀과 가축을 먹고 살았으니 죽은 몸은 그들의 먹이로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그 말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들은 자연을 편의대로 파헤치고 바꾸어 이용하지 않고 자연을 은혜롭게 생각하여 있는 그대로를 가꾸겠다는 것이다. 산행에 있어서도 동•서양의 차이가 난다. 산에 드는 것을 우리는 입산(入山)이라 했다. 산의 품으로 든다는 뜻이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그 품에서 살다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서 산과는 서로 수평 관계에 있다고 보아서 입산이라 했다. 그러나 등산(登山)은 정복을 의미하는 서양정서이다. 산과 사람을 수직관계로 보기 때문에 산도 정벌하여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입산은 자연과의 합일(合一)이고 친화이지만 등산은 정복과 지배의 개념이다. 

    송전탑 고압선 위로
    구름은 비껴 날고
   
    삭정이 남은 신열
    버섯으로 피어나면
 
    풀 섶에 큰절 올리며
    세상 얘기 들어본다.


    산죽에 스란스란
    바람은 꼬리를 물고

    다람쥐 재롱 부리다
    낙과 한 알 떨어뜨려

    낮달이 물속에 잠겨
    자맥질로 찾고 있다.
    -拙詩, ‘산에 살며’, 전문

 우리의 옛 선비들이 폭포가 있는 곳에 정자를 짓고 자연을 노래할 때 서양 사람들은 분수를 만들고 투기(鬪技)를 즐겼다. 로마 시대의 분수대와 검투장이 그래서 만들어졌다. 집의 모양도 우리의 궁궐이나 사찰의 추녀는 두 손을 펼쳐 하늘을 받드는 모습이다. 경천(敬天)의 형상이다. 그러나 서양의 사원이나 성채의 옥개(屋蓋)는 뾰족하게 치솟아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다. 역천(逆天)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논증하는 것도 우리는 귀납적으로 종합하려 했다. 겸허하게 자연을 관조하고 체험을 통해 모든 것을 인지하려 했다. 그러나 서양은 주로 연역적으로 분석하려고 했다. 개별적인 관찰과 분석으로 자연과 만물을 이해하려 했다. 우리는 자연의 이치를 순리대로 따라 살아왔지만 서양은 정복하며 개조하며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폭우 뒤끝이라서인지 하늘이 높고 푸르다. 풀벌레 소리가 제 세상을 만난 양 요란하다.<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현대시조발발행인 능곡이성보

시조 작품 〈처서유감〉은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 일진데 처분은커녕 오히려 기세등등한 더위를 두고 못마땅한 심사를 시인 특유의 사투리를 구사하여 2수 연작의 작품을 맛깔나게 읊은 김용호 시인의 작품이다. 처서는 일 년 중 늦더위가 물러가는 때로 立秋와 白露 사이에 있는 이십사절기의 하나다. 처서 무렵의 마지막 더위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어진다’고 할 만큼 심하다. 그래서 시인도 詩題를 ‘처서 유감’이라 선했지 싶다.

 /처서라 카는 거는 더위를 처분한다 // 그런 절기 뜻이랏꼬 이바구 하더마는 / 하고 초⸱중장을 열었것다. ‘…꼬’를 두고선 故 李文亨형을 떠올렸다.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형은 고성출신 시조시인으로 평생을 초등학교 평교사로 지내다 정년퇴임 하셨다. 영락없는 村老요 막걸리타입의 형을 무척 따랐었다. 몇 잔 막걸리를 걸치고 나면 말끝마다 특유의 ‘꼬’가 이어지곤 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꼬’는 「청마와 정운이 플라토닉 사랑을 했다 ‘꼬’」였는데 행여 고인들에게 누가 될까 봐 다 옮기지 못하여 아쉽다. 이 기회에 이문형 시인의 작품 한 편을 소개해 본다.

   일하다
   우뚝서는
   황소의 젖은 눈망울 속

   빙그르
   돌고 있는
   아, 그 산 그 들녘

   오늘도 
   멍 해지는 버릇
   날로 늘어 가누나.
  이문형, ‘故鄕을 두고살며’, 전문

 / 우야노 처분은커녕 다음당 더 난리네 / 처음 보내온 원고에는 ‘다음당 더 지랄이네’ 였는데 너무 표현이 강한 것 같다고 했더니 ‘더 난리네’ 로 고쳐 주었다. / 다음당 더 난리네 / 필자도 거제 토박이 인지라 이 맛깔스런 표현에 절로 미소가 인다. 지방마다 그 지방의 고유한 언어와 풍습이 있고 또한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내려오는 관습이 있다. 이미 사라져 버린 사투리, 방언(方言)⸱ 와어(訛語)⸱ 와언(訛言)⸱ 토어(土語)를 발굴하여 이를 보존하려 함은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이리라 본다. 「정선 아리랑」과 「판소리」는 강원도 사투리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어울렸기에 그 참맛을 국민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다음당’을 마을 할머니들로 부터 수 없이 들었건만 담아 두지 아니 했는데 시인의 〈처서 유감〉 첫째 수 종장에서 접하고 보니 그 감회가 울컥 가슴을 저민다. ‘다음당’을 우리 어머님도 많이 쓰셨기에 그러지 싶다.

 사투리의 질박함은 둘째 수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하늘이 푹푹 찌는 것을 누구의 탓을 하며 가슴에 타오르는 열불들을 어데다가 풀어 볼꼬 하더니 드디어 등장한 ‘제꾸리’,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윽고 필자의 입에서는 “졌다”하는 탄성이 절로 일었다. ‘제꾸리’는 ‘겨우’보다 강한 뜻의 거제 사투리다. 〈처서 유감〉으로 해서 늦더위도 잊었다. 이제 살 것 같다. -능곡 시조 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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