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16)

쉰 살 즈음에

                文彩 이형옥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갈피 잡지 못한 채
어지러운 마음
한 잔 술이 위로가 될까

캔 맥주 두어 개와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바다가 보이는 작은 텃밭
감나무 그늘 밑에 앉았다

7월의 반짝이는
햇살 한 움큼과
갯냄새 묻어있는 시원한 바람이
선뜻 술 동무가 되어주는
혼자라도 혼자가 아닌 시간

가끔은
맥주 한 잔이 위로가 되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나이’란, ‘사람이나 생물이 나서 살아온 햇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삶을 숫자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다.

일찍이 공자께서는 논어 위정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이를 두고 줄여, 나이 열다섯이면 ‘지학(志學)’ 서른 살이면 ‘이립(而立)’ 마흔이면 ‘불혹(不惑)’ 쉰 살이면 ‘지천명(知天命)’ 예순은 ‘이순(耳順)’ 일흔 살이 되면 ‘종심(從心)’이라 한다.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뜻을 앎’을 말한다. 여기서 '하늘의 뜻을 안다'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먼저 ‘천(天)’이란 무엇인가? 동양 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로 자연의 운행이면서도 인격적인 하늘로 우주의 최고 원리이다. 인간의 본성 또한 하늘과 연결된다. 그래서인지 천자문에서는 첫 번째 글자가 ‘천(天)’으로부터 시작된다.
쉰 살이 되기 전까지는 내 의지와 내 뜻에 중점을 두고 살아온 세월이다. 곧 ‘나 중심’의 주관적인 세계였다면, 쉰 살이 되면서부터는 ‘하늘 중심’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럴 테면 40대까지는 몸과 마음 모두가 세상을 다 집어삼킬 수 있는 기개가 있고 두려운 게 없었던 시기라면 50대부터는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이 나이 상수(上壽)라는 100살을 기준을 할 때 쉰 살은 반환점의 위치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천명은 새로운 사춘기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시인은 쉰 살 즈음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갈피 잡지 못한 채 /어지러운 마음>으로 표현한다.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캔 맥주 두어 개와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바다가 보이는 작은 텃밭 /감나무 그늘 밑에 앉았다> 외로움이 물씬 풍긴다. ‘새로운 사춘기’가 느껴진다. 독자는 문채 이형옥 시를 읽으며 자신의 쉰 살 즈음을 떠 올리며 회상에 젖게 된다.
여러분의 쉰 살 즈음은 어떠했습니까?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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