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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목 김주근] '잔잔한 미소(微笑).'김주근: 아호 자목/시인/수필가/신한기업(주) 대표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올해 봄은 농민의 애간장을 타게 했다. 평년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강낭콩과 호박씨를 정성 담아 심었다. 그냥 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를 했다. 호박은 거름을 듬뿍 주어야 한다. 씨를 인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땅속에 누르게 하고, 씨를 넣고 마무리 한다. 그 순간 행복한 마음이다. "씨야! 싹이 돋아나서 잘 자라다오." 어린 아이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순간이다. 자식을 키우는 심정이랄까? 씨앗들도 험이 없고 튼튼해야 한다. 크고 통통한 것을 골라서 땅에 심는다. 농부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올해 봄에는 이상 기온으로 밭에 심은 식물들이 새 싹이 돋았지만, 냉해(기온이 떨어짐)로 새싹들은 하얗게 시들어 버렸다. 새싹들은 며칠 동안만 세상구경을 했다. 가슴이 아팠다. 나의 표정은 굳어졌다. 세상일이 모두 마음먹은 대로 잘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변수는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지 않는가? 내 자신을 새롭게 고쳐야지 하면서... 강낭콩 씨는 새싹이 돋아날 것으로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자라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수확하는 시기는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확하는 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하늘에 구름 가듯이 욕심을 비운다. 

그래서 농부의 마음은 천심이라고 했던가? 하늘이 농사를 좌지우지 한다. 마무리 정성과 사랑을 들여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 적당한 햇볕과, 비 그리고 온도와 바람이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연중에 남해안에는 태풍으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도 생명은 강하다. 보기 좋게 잘라지는 못해도 태풍의 아픔을 견디고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면서 다시 시작하는 생동감이 넘치게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도 역사는 창출되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사람들은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한다. 콩을 심으면, 콩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고 했다. 땅은 욕심이 없다는 뜻이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살아가면서 좋은 인연으로 관계를 맺는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마음이 대체로 순하고 평온하다. 서로 돕고 양보하면서 살아간다. 아침 밥을 먹고 논이나 밭으로 간다.  그 곳에서 동네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다. 대화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연들을 나누는 방송국이다. 비밀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농사에 관하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동부면 부춘리 송토골에서 일어난 사연이다. 지난 년도다. 벼가 익어 갈 쯤, 한 논에는 멸구가 들어 부분적으로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인접한 논 주인은 그 모습을 보았다. 해질녘에 부부가 경운기에 물통과 장비를 싣고 와서 논에 약을 치고 있었다. 해는 넘어가고 일몰이 드리우고 있다. 어둑어둑하지만 농부는 직감적으로 약을 치고 있었다. 부인은 경운기에서 호스를 들고 남편이 가는 쪽으로 호스를 조절한다. 밤은 깊어만 간다. 그 분은 한쪽 눈이 실명을 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둠은 깊어지고 앞은 더 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멸구를 예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사랑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범위는 넓고 깊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죽어가는 자식에게 손가락에 피를 내어서 자식 입속에 넣어주는 절박한 사랑이다. 자식의 목숨을 위하여 어머니는 헌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농부도 벼를 자식처럼 아끼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 수확을 눈앞에 두고 벼가 병에 걸려서 기대 이하로 소득이 적다면 가슴이 아프고 쓰릴 것이다. 볍씨를 파종하기 위하여 못자리를 만들고 물을 적당하게 담수한다. 모판에 씨앗을 담고 못자리에 모판을 담근다. 아이를 키우는 모습과 흡사하다. 정성과 사랑의 동감(同感)이 동반해야한다.그 후에, 벼를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멸구가 들은 논에는 2/3가 벼가 하얗게 변하여 버렸다. 그러나 약을 친 논에는 벼가 잘 익어 풍년이었다. 농심만의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깜깜한 밤까지 농약을 치겠는가? 부부는 저녁밥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기가 져도, 오로지 벼가 병에 들지 않도록 농약을 치는 일편단심으로 간절함이었다.즉, 골든타임을 놓치면 약을 쳐도 약 효과가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 정성들여 키웠다.
 벼를 사랑하는 농부의 간절함은 필자의 머리에 각인(刻印)되었다. 올해 들녘에는 바람결 따라 황금빛으로 물결치고 있다. 곧, 벼를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감동을 받는다.(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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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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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바다 2023-10-31 14:57:04

    10월의 마지막날!
    떨어진 낙엽이 바식하게느껴
    짐은
    어느새 짙어진 가을 기온탓 일까요...
    좋은글 감상 하고 갑니다~~~   삭제

    • DP 2023-10-15 11:02:58

      작가님께서 올해의 농작물 작황을 풀어주신 내용처럼 어느해 보다 냉해도 심하고 기후변화 영향이 컷던것 같습니다. 자연적 기후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을 감안하면 삶 속에서 매 순간 지구 환경 보호가 매우 중요함을 느낍니다. 모든 농부들이 풍작을 이루어 풍년 수확과 함께 모두가 활짝 웃는 미소를 기원 합니다.   삭제

      • 미인 2023-10-14 07:57:24

        날씨와 농부의 정성이 함께 하는 농사. 처럼
        모든것이 서로의 답합이 중요 한것 같네요^^
        언제나 많은 지식과 경협을 글로 풀어주시는
        작가님 의 열정에 감동 입니다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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