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궁극적 가치는 화합을 실현하는 게 아닐까. 시대의 고금과 지역의 동서를 가릴 것 없이 사람이 사회를 이루는 곳에는 반드시 음악이 있었다. 힘든 노동의 현장에서 풍요로움을 꿈꾸는데서부터, 엄숙한 종교 의식에서 영혼의 정화를 기원하는 데 이르기까지 함께 했다. 이 모두가 화합이라는 정신적 바탕 위에서 의미를 가지고,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아름답다. 오늘날 크고 작은 공연도 그러한 가치를 지향한다.

지난 10월 13일 저녁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연주회가 열렸다. (사)블루시티 관현악단의 제18회 희망콘서트였다. 예술 영역의 인프라가 빈약한 이 지역에서 관현악단이 조직되고, 18회에 이르는 연주회의 연혁을 가졌다는 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악단을 이끄는 이들의 남다른 열정과,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애호가 컸다는 방증일 터이다. 더구나 최근 몇해동안 코비드 전염병 창궐로 인해 대중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다가 올해 정식 연주회를 재개하였으니, 단원들의 감개가 자못 새롭다.

합동 연습은 주말에 집중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었다. 주법과 기교 등 음악적인 면을 서로 맞추고 다듬어 가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예술이 근본적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만큼 개성들을 융화시키고 그것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음악의 완성과정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 때로는 시간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연습 횟수가 많아지고, 단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소리는 저절로 어우러졌다.

막이 열리고, 마지막 튜닝을 하고, 연주를 시작하면 내 의지는 사라지고 그 어떤 기류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밝은 무대조명 너머로 어두운 객석에서 청중이 보일락말락하다, 애써 참으려고 하면 연신 새어나오는 잔기침 소리가 들리고, 보면대의 악보 넘기는 소리도 들린다. 이것이 현장감이다. 실제보다 더 깨끗하고 풍부해진 소리를 전해주는 고급 오디오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의 숨결이다.

관현악단의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K.525번으로 시작하였다. 성악가들의 독창은 오페라 아리아로서 클래식이었고, 소나무합창단의 가요는 친근감을 느끼게 하였다. 어린이예술단의 합창은 이 세대의 자유로운 정서를 한껏 드러내 주었다. 잠시 동심을 따라가기도 하였다.

이날 연주회에는 지역의 음악애호가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특히 젊은층이 많아서, 앵콜곡을 연주할 때는 휴대전화기 불빛으로 호응해 주었다. 마치 대중문화 공연에서 자주 보이는 활기가 느껴졌다. 현대의 음악은 클래식이냐 대중음악이냐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고 좋은 연주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대중과의 공감대를 높이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이날 연주회는 단원들간의 화합, 청중들과의 호흡, 예술가와 지역사회의 소통 등 긍정의 에너지를 다소나마 키워내는 현장이 되었다고 여긴다. 오늘 고개를 떨군 누군가의 어깨을 다독이고, 소통의 문을 걸어 잠근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는 연주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푸른 바다를 두른 거제에 격랑을 넘어 맥을 이어온 블루시티 관현악단의 희망의 소리가 더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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