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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 박춘광] '잔인한 10월'박춘광: 수필가/계룡수필문학회 회장/거제타임라인 대표

                          잔인한 10월 
                                            박춘광

 제아무리 푸짐하게 잘 차린 맛있는 음식.성대(盛大)하게 차린 진귀(珍貴)한 음식(飮食)이 있어도 정작 내가 먹을 수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차려주는 이가 없어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차려진 음식을 병으로 인해 먹지못하는 고통은 이만 저만한 괴로움이 아니다. 

 석달전 오른쪽 턱 아래에 혹이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초음파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결과는 갑상선에 염증이 생긴 것 같으니 한 2주정도 항생재를 먹으면 될 것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그런데 약을 다먹고 나서도 혹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져만 같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예약을 해 입안과 턱 밑 혹 부근의 조직검사를 했다. 서울과 거제를 당일치기로 몇날을 오가는 일이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9월의 녹파도 마음 속에선 하이얀 갈대밭 같았다. 결국 '(입)인두암'이란 청천벽력같은 결과를 접하고는 전이 여부를 위해 PET-CT 기계 위에 눕어야만 했다.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서울을 왕복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면 대체로 치료방법이 대동소이한 만큼 지방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 받았다. 막상 병의 원인은 확인했는데, 입원실 차레를 기다리는 것도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2주간의 입원 치료 후 본격적인 '(입)인두암' 집중 치료를 위해 CT시뮬레이션을 거쳐 주 1회씩 일곱번의 항암주사를 맞았다. 충분한 사전 치료준비와 영양제, 해독제를 맞고서 투여되는 항암주사지만 역시 함암주사가 주는 고통도 예사롭지가 않다. 7년전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을 때의 그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정신을 괴롭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사선치료가 주치료이고, 항암주사는 보조치료라고 하니 주말과 공휴일을 제한 매일 매일을 번갈아 빔레이져 방사선 치료를 34회 받아야 한단다. 한번 치료에 30분도 안되는 시간임에도 방사선 치료를 20회 이상 받고나니 이제 지쳐 나자빠질 정도다. 레이저 광선이 통과한 목안과 혙바닥, 입천장은 전부 화상을 입은듯 헤게져 버렸고 목 뒤틀미와 아래쪽은 아예 피부가 껍찔채 일어나면서 따갑고 침 조차 삼기기가 벅차다. 다행히 혹은 상당히 줄어 들었지만 음식을 삼킬 수가 없다. 조그만 더운 국물이 들어가도 입안은 불이 날 지경이고 보통의 음식도 혙바닥이 쪼개지는 느낌이다. 느낌이 아니라 고문이다. 매 숟가락이 고문이다.그러니 자연히 수저를 놓게된다
의술이 발달해 대용영양제 주사를 맞기도 하고 암환자용 영양식이 개발되어 음료로 영양분을 어느 정도 대체를 하지만 그마져도 먹는 일이 그다지 수월한 일이 아니다. 길을 걸으면 술취한 취객처럼 비틀거리는가 하면 계단을 오르 내릴 때 마다 어지럼증에 깜짝 깜짝 놀랜다. 책상에 앉으면 조을기를 다반사로 하고 컴퓨터를 펴놓아도 1시간 이상을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겨내야만 한다고 다짐을 계속한다. 오로지 나만이 혼자 겪어가야 할 길이기에,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만이 답이다. 올해 10월은 산록이 변해가는 붉은 단풍도, 짙푸른 바다도, 아름다운 코스모스도 다른 세상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던 독일 문호 괴테(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철학자, 신학자, 시인, 물리학자, 변호사, 작곡가로 재상까지 지냈다. 1774년 25살 때, 괴테는《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 유럽에서 유명세를 떨쳤는데 심지어는 나중에 "나를 언제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작가로만 기억한다."고 불만을 가질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그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필생의 대작이자 세계 문학 사상 최대 걸작 중 하나인《파우스트》도《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기만은 못 따라갈 정도였다.  밥상을 물릴때 마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던 그의 철학적 사고를 반추해 본다. 70평생을 살아오면서도 먹을 수 있는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눈 앞에 두고서도 결코 먹을 수 없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고통을 어떻게 표현 하리.

 "이 또한 지나 가리라"를 꼴백번 되풀이 하면서, "죽지 않으려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꾸역꾸역 억지로 종이장 씹듯이 음식을 삼키면서 끼니때 마다 눈물을 훔쳐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하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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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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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십시오 2023-10-26 09:06:32

    잠깐의 쉼도 필요합니다 대표님. 늘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쾌유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삭제

    • 김주근 2023-10-26 07:58:41

      사랑하는 형님아!
      태어나서 76평생 살아오면서 많이도 사용한 몸입니다.
      사람들은 글로 표현은 못하지만 누구나 천가지, 만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용기있게 글로 표현을 하시니, 박수를 보냅니다.
      중고품 몸이 새것은 안되어도, 의사 처방과 자신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곧 회복하리라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삭제

      • 힘내소서 2023-10-26 05:45:23

        대표님 힘 내소서. 이 또한 지나가서 후일담 나눌 날 올겁니다. 빠른 건강회복 기도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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