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산책 (326)

귀향

                  素雲 박찬정

사흘이면 돌아가려니
늦어도 한 달이면 돌아오마
고향집 삽짝 앞
눈인사
하는 둥 마는 둥
고샅길 돌아 나왔다.

이리될 줄 뉘 알았던고
철조망 사이 두고
고향 그리길
강산 일곱 번 바뀐 세월

봄이 오면 가게 될까
해 바뀌면 가게 될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살아서 가지 못한 
고향 뒷동산
아바이 간절한 소원 
철조망 너머로 뼛가루를 날린다

바람 타고
그리운 고향으로 가소
구름에 실려
오마니 산소 곁으로 가소
목청껏 외치며 날려 보지만
철조망 아래
풀포기만 하얗다

윤일광 거제문화원장,시인

감상) 가슴 아픈 詩다. 이산가족의 눈물이 서려 있는 민족의 설움이다. 전쟁통에 잠시 피난 나왔다가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 세월이 70년을 지났고, 그조차 하얀 뼛가루 되어 그렇게 그리던 고향으로 훨훨 날아가라는 화자의 염원이 서럽다.
‘살아서 가지 못한 /고향 뒷동산’에는 ‘오마니’의 산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시의 소재에 등장하는 ‘아바이’는 가족조차 남겨둔 채 떠나왔으니 고향이 그리운 것은 그 땅이 아니라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민족의 애환을 담은 많은 시들이 있지만 박찬정 시인의 <귀향>은 그 애틋함과 가슴 에이는 시어들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죽음의 서사시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