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거제도 고대국가 독로>에 대한 토론문
                          최 대 윤 (거제문화원 지역사연구소 연구위원)
고영화 선생님의 발표문은 고대 변한의 독로국(瀆盧國)이 거제도라는 사실을 다양한 관련 논문 및 문헌 자료와 유적 등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특히 독로의 위치를 추정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서진(西晉)의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변진에 독로라는 나라가 있는데 왜와 접하고 있다(弁辰瀆盧國 其瀆盧國與倭接)”는 기록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독로국의 위치는 그동안은 문헌과 구전으로 비정(比定)된 만큼 명확한 실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영화 선생님의 주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독로 동래설을 주장하는 식민사관학자와 부산지역의 발전으로 지역사에 편중된 연구에 대응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발표문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고대 향해 기술에 따른 독로의 위치 △음운변화에 따른 독로의 명칭 △독로국과 부산 동래의 옛 나라인 거칠산국의 연관성 △고대 지명 어원설에 따른 독로가 섬이라는 주장 △ 기성관(岐城館)의 상량문에 따른 독로국의 계승 및 지역민의 인식 △고고학적 증거에 따른 독로 동래설의 부정 △Cis-AB형 혈액형 분포 지역을 근거로 한 독로 거제설 뒷받침 등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토론자 역시 별다른 이견은 없다. 다만 발표문을 읽으면서 궁금하게 생각한 부분 및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 문제를 발표자께 질의하며 토론자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

○증거의 불확실성과 부정을 위한 반론에 따른 고민
고영화 선생님의 주장은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한 대학교 및 학자들이 독로 동래설을 주장하기 이전부터 독로 거제설을 뒷받침한 자료들이 많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아방강역고부터 이후 수 많은 학자들이 독로 거제설을 주장한 것은 고영화 선생님이 근거로 제시한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로국이 거제의 옛 나라였다는 비정설은 최근 들어 독로 동래설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와 주장으로 예전에 비해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독로국의 위치에 대한 거제 및 동래 두 비정설의 주장에 앞서 증거의 불확실성과 부정을 위한 반론은 독로국의 위치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마찰과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다.

특히 Cis-AB형 혈액형 분포 지역이 거제 독로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라남도와 경남 서부해안, 남해도, 그리고 일본의 규슈 북부 일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Cis-AB형 혈액형은 해상민족의 분포지역과 무역교류 항로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과학적 증거이긴 하지만 이는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거제지역도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거제지역의 유적 중 유일하게 국가보물로 지정된 기성관(岐城館)에 새겨진 상량문 문구는 조선시대까지 거제 지역민에게 독로국이 거제의 옛 이름이었음 인식하고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다.

기성관 상량문은 1892년(광서 18년 임진 9월) 거제부 관아의 객사였던 기성관을 보수하면서 ‘집의 모양새가 크고 밝은데 대개 북쪽 궐에서 시작됐다. 두로의 옛 도읍이 됐다.(宇制宏明盖權輿於北闕瀆盧故都)’고 기록하고 있다. 기성관의 또 다른 상량문에는 ‘상고의 두로가 건국(上古之豆盧建國)’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거제지역 사회 및 거제 출신 학자, 독로 거제설을 주장하는 논문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상량문의 시기가 그리 오래된 기록이 아닌 만큼 이 상량문의 문구에 대한 필자와 배경에 대해 더욱 상세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문의 요지를 정리하자면 독로 거제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서 검증이 어려운 부분을 자제하는 것에 대한 의견과 독로 거제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에 대해 보완하고 연구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

○해상왕국 독로국 교류의 연속성
한 시대의 사회상황이나 역사는 시간이 지난 이후 역사 탐구의 대상이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역사의 연속성이다. 독로국이 고대국가이다 보니 독로국의 비정을 주장하는 독로 거제설과 독로 동래설 모두 고대의 역사 기록에 치우쳐 있다. 조선시대 사료를 바탕으로 한 주장도 확실한 근거라기보다는 개인의 의견이며 이마저도 왜와 대마도를 같은 집단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독로 대마도설을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있는 만큼 이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화 선생님의 독로 거제설 주장 중 고대에는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해류나 바람을 타고 항해했으며 특히 대한해협은 편서풍과 쓰시마 난류가 연중 동해로 흐르기 때문에, 부산에서 대마도로 건너가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원전 5세기부터 시작된 도래인, 백제의 무역, 김해 가야국의 일본 항해길, 몽고의 일본정벌, 조선의 대마도 정벌 모두 거제도 해상을 경유해서 대마도로 향했다는 점을 독로 거제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고대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거제는 여전히 일본에서 한반도로 넘어오는 물길의 중심이었다.

대마도 정벌 이후 거제는 남해안 해방의 중심이었던 경상우수영이 오아포(현재 동부면 가배리)에 설치되면서 이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6개의 수군진을 설치해 거제섬 전체를 왜적의 침입에 대비한 요새로 만들었다.

특히 지세포는 대마도 정벌 이후 조선과 대마도 세력사이 진행된 계해약조를 통해 대마도 및 왜의 무역선은 물론 왜(일본)에서 전라도에 고기잡이 하는 왜어선을 감시하고 통행증을 발급하는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는 거제의 지리적 위치가 우리나라 해양 방어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왜구 침입 예상 경로는 대마도 오른쪽 五島에서 남해안 외해를 지나 전라도로 향하는 길과 대마도에서 동북풍을 타고 남해와 여수 사이로 이르는 길, 그리고 대마도에서 정동풍을 타고 부산 방향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정동풍을 타고 부산 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시기가 맞지 않으면 불가능했기 때문에 오도에서 남해안을 지나 전라도로 향하거나 대마도에서 동북풍을 타고 남해와 여수 사이에 이르는 향해를 선호했다.

경국대전』(1485) 경상우도의 수군진 󰡔經國大典󰡕, 병전 > 제도병선 > 경상도, 󰡔經國大典󰡕은 성종 15년(1484)에 완성되어 성종 16년 (1485) 정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 󰡔成宗實錄󰡕 권173, 성종 15년 12월 21일

<그림>은 1485년 제작된 『경국대전』에 기록된 경상우수영의 수군 영진을 표시한 지도다. 지도에서 화살 표시는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 이후 기록된 왜구의 주요 침입 물길로 모두 거제도를 지나치거나 비껴가야만 하는 구조다. 특히 남해안 연안을 타고 이동하는 항해의 경우 반드시 거제를 지나치게 돼 있다.

국가 및 세력 간의 접경을 이룬다는 것은 무역과 왕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국경을 맞대고 적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조선시대 경상좌·우수영의 병력 차는 컸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첫 침입로는 부산지역이었지만 고려 및 조선시대 왜적의 주요 침입로는 경상우수영 지역과 전라도 연안이었으며 따라서 왜구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감시하는 남해안 최전방 요충지 역할은 언제나 거제도의 몫이었다. 거제에 남아 있는 20여 곳의 성곽 유적은 남해안을 침범했던 왜구 등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것이기도 하다.

이에 토론자는 ‘왜와 접경을 이룬다’를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기록을 근거로 독로국의 위치와 관련해 왜와 무역 및 외교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에 더해 국경의 전선(戰線)을 맞대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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