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78)

     겨울 풀

       
        
   일산 곽상철

이마엔 명주바람
콧등에 앉은 며느리 봄 햇살.

겨울 밭이랑을 따라 지심을 매며
부르는 겨우살이 벗들의 이름
지칭개 광대나물 냉이 바랭이
소리쟁이 뽀리뱅이 개망초 개똥쑥
쇠별꽃 꽃마리 복새풀 곰보배추...
칼바람 살침을 피해 움켜쥔
깊은 뿌리에 깊어진 생각들
질기고 악착같은 삶의 굴곡은

봄날에
지천으로 필
겨울 풀의 오롯한 희망.

감상)

윤일광 거제문화원장,시인

 대체로 '시조'라는 것은 '초장', '중장', '종장'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을 '평시조'라고 부르는데, 이것들은 3장 6구 45자 내외라는 꽤 엄격한 규칙을 갖는다. 조선의 양반 선비들은 평시조를 가지고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가 되면, 시조의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시조를 다루는 이들이 '여인'과 '평민'들로 확대되면서 구조가 파괴되고 다양한 형식의 시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들의 어투는 꾸밈없고 진솔하면서 때로는 경박스러워 보이는 부분도 적잖다. 그러나 그것이 재미가 된다. 그러한 시조를 '사설시조'라고 한다. 평시조가 사대부의 시가라며, 사설시조는 민초들의 노래였다. 사설시조를 읽으면 현대 우리가 즐기는 '랩'처럼 리듬을 타게 된다.

일산의 시 <겨울 풀>은 사설시조이다. 초중과 종장은 규칙을 지켰지만, 중장은 주절주절 사설을 읊고 있다. 특히 풀들의 이름을 나열할 때는 운율이 ‘랩’을 닮고 있다. ‘지칭개 광대나물 냉이 바랭이 소리쟁이 뽀리뱅이 개망초 개똥쑥 쇠별꽃 꽃마리 복새풀 곰보배추’ 장구라도 두들기고 싶고 젓가락 장단이라도 맞추고 싶을 지경이다.
1연의 경우에 3·4·5·6의 자수를 맞춘 한 편의 민조시이지만, 음보의 형태로 본다면 시조의 초장이 된다. ‘이마엔 /명주바람 /콧등에 앉은 /며느리 봄 햇살’로 나누어 읽으면 4음보의 규칙을 느끼게 된다. 현대시조는 자수율이 아니라 음보율이라는 개념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종장의 경우에는 첫구는 자수율의 적용을 받는데, 첫 음보는 3자, 둘째 음보는 5자 이상 8자 이내로 이때만큼은 자수율에 구속된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명주바람: 명주(明紬)는 명주실로 무늬 없이 짠 옷감을 말한다. 따라서 명주바람은 명주처럼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을 뜻한다.
*지심(김:논밭에 난 잡초)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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