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손자인 김인규(34/ 김현철 민주재단 이사장 아들)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YS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서구·동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 서구는 YS가 9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7선을 한 곳이다. 서구와 동구는 20대 총선 때 선거구 조정을 거쳐 하나의 선거구가 됐는데,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김 전 행정관 외에도 재선을 노리는 안병길 의원,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 정오규 전 부산시당 생활정치혁신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주간조선은 지난 11월 23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도서관에서 김 전 행정관을 만나 내년 총선에 나서는 이유와 포부를 들어봤다.

대통령실 퇴직 이후 출마를 언급한 첫 언론 인터뷰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과 당선인 비서실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용산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부산 서구·동구를 출마 지역구로 정했다. 조부인 김영삼 대통령께서 7선을 한 곳이라 무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주위에 계신 분들이 출마하려면 (YS의 고향) 거제나 (김영삼도서관이 위치한) 상도동이 낫지 않겠냐는 말씀도 주셨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윤석열 대통령)가 부산이 취약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네가 부산에 가서 청년 조직을 만들어봐라'라고 하시더라.

그냥 조직을 만드는 건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 할아버지의 유훈이신 '통합과 화합'으로 포럼을 만들었다. 포럼 활동을 하다 보니 출마를 해도 부산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문민정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지만, YS는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평가가 덜 된 것 같다. 부산분들께서 YS에 자부심을 가지고 좋아해주시지만 한편으로는 부산 서구에서 7선을 했음에도 지역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런 말씀을 듣고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챙기지 못한 부분을 더 세심하게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본인이 조부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할아버지께서 중앙 정치에 뜻을 두셨다면, 저는 '스텝 바이 스텝'을 좋아한다. 할아버지도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비서관을 하시고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신 거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 저는 2017년에 국회 인턴부터 시작해 급수를 올려가며 단계를 밟아 준비했다. 국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바로 출마를 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정치와 관련 없는 곳에서 일을 하다 정치권에 들어오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초선이 연습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고, 의원은 임기가 4년밖에 되지 않는데 2~3년 시행착오를 겪으면 지역에 계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부산 서구·동구는 대표적 원도심으로 낙후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지역을 돌아보면서 구체적으로 계획이나 비전을 세운 것이 있는지
"부산 서구·동구의 가장 큰 현안은 고령화 문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9월 출범한 국민통합위원회의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21년 부산시에서 검토된 적 있었던 '세대 공존 조례'를 발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청년 사업가가 창업을 할 때 노인을 고용하면 시에서 지원을 해주는 내용이다.

더불어 근본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부산 엑스포와 연관돼 추진했던 사업들이 차질 없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큰 유치경쟁에서 탈락하게 되면 나머지 사업들도 모두 예산을 줄여가면서 늦춰진다. 3년 만에 끝날 사업이 10년, 15년으로 늦춰지며 숙원사업이 된다. 대통령실에서 근무를 했었고, 정권창출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그런 부분들이 소홀하지 않도록 더 잘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 본인 외에도 대통령실에서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많다. 참모진 출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대통령실 출신을 악마화하는 것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조금이라도 정부 물 묻은 분들이 약 60명 출마해 20명가량 당선됐다.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정도의 규모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데, 참모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는지.
"책임감을 느낀다. 더 잘해야 하고, 조금 더 변화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야당에는 '독이 든 성배', 정부·여당에는 약이 됐다. 대통령 메시지도 조금은 변화하고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재판에 치중했던 여당도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에 가까운 새로운 어젠다를 말하고 있다."

-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나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민주당은 정책이 부재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책적인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청년 문제만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국민의힘 혁신위는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청년 50% 공천 의무화' '우세지역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기억나는 것이 현수막(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밖에 없다. 우리가 조금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당에서 혁신위의 '중진·친윤 희생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혁신위가 너무 힘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총선기획단, 공천심의위원회 같은 기구에서 더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혁신위의 방향은 상당수 반영될 것이라고 본다. (혁신위의 희생 권고는) 시대적 흐름이고 요구인데, 그것을 역행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개혁 동력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느냐, 의지를 상실하느냐가 가려지는 중요한 선거다.

개인보다 당을 생각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본다. 총선이 다섯 달 정도 남았는데, 반년 전부터 '바로 불출마를 받아들여라, 수용하겠다' 하는 것은 극적인 감도 떨어진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도 신당 창당 여부를 12월 말에 결정한다고 하는데, 그때가 선거법이 확정되고, 공직자 사퇴 시한(내년 1월 11일)을 앞둔 시점이다."

- 이제 막 현실 정치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 시점에서 정치인으로서 꿈꾸는 목표는 무엇인가.
“산업화, 민주화 이후 다음 담론은 ‘86 운동권의 퇴진’ ‘세대교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진영 간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정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있다는 점이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와 비교해도 할아버지는 23일간 단식하시면서 직선제 개헌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식으로 지자체 선거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는 ‘회의장에서 야유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맺은 것이 최고의 성과다. 반면 2030세대는 이념적인 논쟁, 관성에서 더 자유롭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30년 주기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저희 할아버지가 1929년생이신데,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말씀하셨다. 당시 저희 할아버지 세대, 그러니까 1920~1930년생이 약 30년 정도 정치권에서 주류로 있었다. 이후 1950~1960년생 운동권 세대가 30년 넘게 해왔는데, 이미 30년이 지났음에도 1980~1990년생은 지금 없다.”[2023.12.3 주간조선에서 퍼옴]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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