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거제에서 좌익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군경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이 74년 만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거제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피해자 3명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국가가 피해 당사자에 대해선 각 8천만 원, 배우자에겐 각 4천만 원, 자녀에겐 각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생명권과 적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대상자와 배우자 및 자녀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국가배상법 제정 전 일어난 일이라 이 법을 적용할 수 없지만,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당시 공무원들의 사용자가 국가임으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지난 2022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 지 1년여 만이다.

진화위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후(1949년 5월~1950년 6월) 국군 제16연대, 호림부대, 거제경찰서 소속 군경은 거제 주민 14명을 좌익 활동 또는 좌익 활동에 협조한 혐의로 살해했다.

대부분 20~30대로 농·어업에 종사했던 이들은 둔덕면 하둔리 앞산, 하청면 하청중학교 앞산 등에서 집단 살해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인 A 씨는 당시 지역 어장을 관리하기 위해 청년회 서기 역할을 맡았는데, 갖고 있던 '청년회 명부'가 '남조선로동당 관리 명부'라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좌익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동생과 함께 경찰에 끌려가 살해된 B 씨는 이후 집까지 불태워졌다. 진화위 결정이 나오자 피해자들의 유족은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첫 선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건에 대해 선고가 나왔는데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었다.

55년만에 거제민간인학살 위령제 개최하기도
거제사랑종교인연대 주관, 2005년 6월 11일 오후3시 장승포물양장에서 
55년만에 처음으로 거제민간인 학살 위령제가 거제사랑종교인연대 주관으로 개최됐다.

11일 오후3시 장승포 수협 옆 물양장에서 거제사랑종교인연대 주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거제유족회,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등이 공동 후원으로 '한국전쟁 전후 희생자 합동 위령제'를 유족과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

위령제는 '생명, 평화, 화해'라는 주제로 1950년 발생한 이념으로 인한 동족상잔은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으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며 "전쟁 전후에 좌우 이념대립으로 인하여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민간인들이 너무나 많으며, 전쟁으로 인한 숱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전쟁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회환 그리고 나아가 생명과 평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며, 유족과 후손들을 함께 모시고 화합과 화해의 작은 시간을 만들고자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참여한 거제사랑종교인 연대 소속 단체는 개신교(다대교회), 불교(계룡사, 금강사, 해인정사, 신광사, 용주사), 성공회 신현성당, 원불교(신현교당, 옥포교당), 천주교(거제성당, 고현성당, 장평성당, 장승포성당, 지세포성당) 등이며, 거제시, 거제문화원, 거제 수협, 거제타임즈,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교조 거제중등지회, 수자원공사 거제관리사무소, 신선마을사람들, 신청국악무용학원, 리스광고기획, 서진기획 등이 후원했다.

또한 당일 행사는 신기호 성공회 신현성당 신부의 사회로, 김수영 다대교회 목사(종교인연대 상임대표)의 대회사 및 취지·경과보고, 이창수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 특별법쟁취위원장의 여는 말, 종단별 위령예식(불교·원불교·개신교·천주교·성공회), 위령제의에 헌다(금강사 다도회), 헌향, 헌시(김상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 입춤(신청국악무용학원 원생), 살풀이(김현숙 신청국악무용학원장), 뒷풀이 등으로 진행됐다.

거제 민간인 학살이란 어떤 사건인가?
1949년 6월 5일 국민보도연맹(이하 보도연맹)의 결성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전주곡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1949년∼50년 9월까지 국군의 토벌 과정에서 학살된 민간인과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국가보안법 관련자 외 보도연맹원들까지 경남 지역의 희생자는 3만여 명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경남지역의 사례와 학살 진행과정 등을 간략한 연표로 정리한다.

1948년
- 8월 15일 남한단독 정부수립 이후 좌익단체 활동을 금지시키고, 인사들을 구속함.
- 정부는 군대들을 동원하여 빨치산(야산대) 및 좌익인사들을 토벌하기 시작함
- 여순항쟁 발생하여 민간인과 반군 등이 학살당함.
- 4.3항쟁 발생하여 민간인들 군과 경찰에 의하여 학살당함.

[1949년]
- 국민보도연맹의 결성에 따라 전국 각 지역에서 속속 지부들을 결성하고, 탈당성명서와 전향자들이 속출함. 정부는 전향적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정치적 성격과 정권 유지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 전국적으로 좌익적 색채나 일명 '똑똑한 사람'마저 가입시킴. 전쟁과 동시에 보도연맹원들은 이승만 정부에 의하여 집단총살되거나 수장되었다. 명령체계는 이승만 대통령→김창룡 특무대장→신성모 국방부장관→내무부장관→경남도경찰국장→각 지역 경찰서장 및 군정보대 등이다.
- 거제, 4월∼5월 야산대 토벌에 의하여 민간인들 10여 차례 걸쳐 동부면 구천계곡에서 310명 집단총살
- 6. 5, 보도연맹 결성(좌익전향단체로 출발.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되고 문제화됨).
- 11. 10, 보도연맹 통영지부 결성(거제 포함. 50. 3월까지 읍면리 단위까지 조직 완료).
- 11월 31일 경남 지역의 보련 가입과 전향자 총 5,334명(합천 1,305명 산청 1,224명 보도연맹 경남도본부 626명 함양 325명 거창 271명 창녕 15명 밀양 88명 양산 51명 울산 288명 진주 259명(혈서 자수자 3명) 하동 134명 사천 19명 동래 109명 수상 19명 부산 58명 북부산 58명(혈서 자수자 5명) 김해 15명 진해 77명 고성 3명 통영 337명 거제 17명 남해 36명)

[1950년]
- 정부기관(경찰)과 민간단체(대한청년단 민보단 등) 등이 직접 개입하여 좌익사상자 외 일반 민간인들까지 보도연맹에 가맹시키고 각종 강연회와 좌담회 그리고 선전계몽대 등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가맹주간을 설정함. 이 주간에 일부지역에선 구장·면서기까지 동원되어 강제로 민간인들을 가맹시킴. 전국적으로 가맹자는 33만명으로 급증함. 
- 거제, 1950년 4월∼5월 연초면 송정고개·일운면 구조라 등에서 100여명 총살(군과 경찰).
- 6. 25 한국전쟁 발발.
- 7. 5 경남 전역 계엄령 발표.
- 7. 12 송요찬 헌병사령관, 보도연맹원 전원 예방구금 지시.
- 7. 15 보도연맹원 전원 예비구금(마산·진해·함안·고성·거제·통영 전역).
- 거제, 7월 29일 보도연맹원 731명 호출장을 받고 거제경찰서로 집결. 5일 동안 지심도, 양지암, 칠천도 앞바다에서 수장당함.
- 통영, 1950년 8월 14∼16일 한산도 앞바다 구이포, 명정동 충렬사 뒷편 안산(17명 총살), 광도면 안정리 적덕 고개(115명, 경찰에 의해)에서 집단 총살
- 통영, 1950년 8월 17일∼22일까지 산양읍 영월리 앞바다, 동호해안 그리고 욕지도 앞바다에 수장(800여명 이상, 이양조외 9명 문관과 오덕선 박태진 등 CIC·G-2 등)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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