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침을 여는 시 (336)

         불청객

         원철승

미처 못 떠난 눈꽃을 덮치며
황사처럼 몰려든 불청객
힘찬 기지개를 켜려던 봄이 숨을 멈추고
주춤거리며 움을 감춘 새싹과
개화의 시간마저 잊어버린 꽃망울

두려움을 감춘 마스크 너머로
핏기 없는 눈인사와 움켜쥔 주먹악수
일상을 가르는 체온계의 숫자와
소통이 사라진 공간의 언택트

과부하로 뒤엉킨 랜 선과 기지국
사소한 일상이 이다지 그리울까
입을 막고 침묵을 강요하던 마스크가
생명줄이 되어버린 세상
건져낸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는 하루
전설 속의
 영웅과 메시아를 기다리는
혼돈 속의 군상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2019년 11월에 처음으로 발생하여 보고된 새로운 유형의 변종코로나 바이러스는 심할 때는 하루에 확진자가 6만 명에 육박하면서 모든 일상이 정지되고 말았다. 코로나정국이 길어지면서 경제침체와 고물가로 많은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일상인은 밖에 나갈 때 정말 예민할 정도로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코로나에 한 번이라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코로나 19의 기세는 생각보다 강했다. 어쩌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이상한 세상이었다. 우리는 그때 일상을 놓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꿈과 같은 시절이었다.그 코로나로 인해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도 있다.

 원철승 시인의 <불청객>처럼 시인은 어떤 형태로든지 시의 소재가 되어 작품화할 수 있었던 것도 시인에게는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1연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황사처럼 몰려든 불청객’이 ‘힘찬 기지개를 켜려던 봄이 숨을 멈추게’했다는 비유를 통해 코로나라는 불청객을 희화화했다.

 2연에서는 ‘마스크, 주먹악수, 체온계 숫자, 언택트(비대면)’ 같은 시어로 일상의 생활을 묘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는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시인은 말해주고 있다. 코로나 없는 세상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전설 속의 영웅과 메시아를 기다리는 /혼돈 속의 군상들’이라는 처절한 기도 같은 갈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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