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원할 때까지 계속 통장할 거예요. 보수도 적고 위상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이웃들의 마음 위로해 주고 더 크고 넓게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물이 귀한 동네에 우물을 설치하고 첫 우물물을 긷던 날 이장님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기뻐하던지....지금도 그때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이 한여름 시원한 수박처럼 상쾌한 느낌을 주는 황미영씨는 전국 이·통장연합회 거제시지회 사무국장이자 아동여성인권지킴이 회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고현동 23통장 황미영씨

황통장은 경남 함안 출신이지만 94년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거제에 내려 왔다고 한다. 특유의 사교성과 친화력으로 고현동 부녀회장을 시작으로 통장을 거쳐 지금은 거제시 이·통장들의 대변인으로서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 지방으로 갈수록 이·통장의 나이가 지긋한 경우가 많지만 고현동의 경우는 40대 중반의 황회장이 맡아 활력과 추진력을 무기로 전국 여느 마을보다 활동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통장연합회에서 주로 하는 일은 각 마을의 민원과 현안에 대한 의논을 하고 마을의 큰 행사를 주관한다. 마을의 정보를 쥐고 있는 이들의 모임이다 보니 자칫 민감해 지기도 하지만 각 마을 대표들과 만나 민원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내어 각 마을의 발전을 모색하기도 한다.

최근에 가장 역동적으로 추진한 일은 이·통장연합회원들을 위해 일본 야메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선진지 견학을 추진한 일이다.

"이·통장장들이야 말로 마을의 일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선진지 견학과 함께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장단들과 함께 조례를 바꾸는 등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한다.

황통장은 10년이 넘게 고현동 통장으로 활약 중이다. 한 곳에서 오래 지내며 마을 일을 돌봤으니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터

"아마 대부분은 아는 분일 겁니다. 하지만 요즘 이사 온 분들은 통장이 누군지 잘 모르고 관심도 없기에 제가 먼저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통장입니다. 뭐 불편한 일 없으세요?하고 묻는 편인데 얘기를 하다보면 그 집 사정도 알게 되고 불편사항도 알게 됩니다.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지요. 제 별명이 고현동 마당발인데 오지랖 넓은 아줌마 같지만 저는 이 별명이 좋습니다."

"제가 워낙 관찰을 잘 하고 다닙니다. 얼마 전 뺑소니차도 발견해서 신고를 했습니다. 비 오는 밤이었는데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마침 제가 신고를 해서 치료와 보상을 제대로 받으셨습니다. 유독 그런 일들이 제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을 보면 통장이 체질인 것 같습니다."(웃음)

캄보디아 한 마을에 우물을 선물하고 오셨다구요.

"친정어머니 팔순잔치기념으로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 마을 이장님을 만나 우물을 파드리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물이 귀한 동네에 우물을 설치하고 첫 우물물을 긷던 날 이장님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기뻐하던지....지금도 그때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이 후 황통장은 고현동을 벗어나 다각적으로 봉사의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아동여성인권지킴이 회장을 맡아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을 위한 청소·반찬지원, 멘토링프로그램 진행, 성폭력 예방캠페인, 노인요양시설인 ‘정원’에 가서 노인돌봄과 생신상 차려드리기등 을 진행 하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곳에서 봉사하고 헌신하고 싶습니다. 체계적으로 심리공부도해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 하고 싶습니다. 더 크게 넓게 섬기고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당신멋져'

"당당하고 신나게, 멋지게 져주면서 살자"라는 뜻이란다.

거제가 제2의 고향이라며 거제 전역을 뛰어 다니는 황미영씨, 작지만 큰 뒷모습을 보며 여성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이 생각 나는건 왤까?

인터뷰가 끝난 뒤  바삐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절로 ‘당·신·멋·져’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화이팅!

허원영 기자  webmaster@gjt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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