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산업 회복의 기대감을 타고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성공 소식이 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그리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잔량도 반등에 성공했다.

22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달 기준 글로벌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이 전달 대비 모두 증가했다.

수주잔량은 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일감을 뜻한다. 지난 2016~2017년 급격한 수주절벽을 겪으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새로 계약하는 물량은 없는데 인도돼 나가는 선박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2018년을 넘기기 힘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잇따라 수주 소식이 들려오며 수주잔량이 소폭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지난달 772만3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며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선박 수도 218척을 기록해 1월 대비 7척이 늘었다.

대우조선의 지난달 수주잔량은 543만CGT를 기록해 1월 일본 이마바리조선에 뺏겼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중공업도 전월 대비 28만CGT 늘어난 319만4000CGT를 기록하며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에서 한 계단 오른 6위에 안착했다.

조선 빅3는 올 들어 총 50억6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특히 LNG 운반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 등을 대거 수주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14척 중 국내 조선사들이 13척을 수주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자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NG 운반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오는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규제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규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추가적인 선박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외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감지된다. 프랑스의 CMA-CGM는 최근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해 현대중공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역시 올해 상반기 선대 대형화 전략으로 2만2000TEU 및 1만4000톤급 컨테이너선 총 20척을 발주할 계획이 있다.

이에 더해,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 역시 조선사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그동안 저유가로 수익성이 낮아져 사업이 취소됐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다시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 아프리카 토르투 해양플랜트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에 대한 결과가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 수주했다 취소된 로즈뱅크 FPSO도 재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22일 주총에서 “전 세계적으로 30여건의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간 대형 해양공사를수행하며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향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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