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오후 기자가 찾은 거제 구조라는 어민들이 잡은 멸치를 채에 널어 건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구조라는 옛부터 멸치가 많이 날 뿐만 아니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거제의 특산품이다.

2003년 정부로부터 관광어촌정보화마을로 지정된 뒤 정보화마을과 구조라 관광어촌을 홍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어 멸치 판매는 더 이상 큰 수익을 못내고 있지만  멸치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쯤은  구조라 주민이라면  가지고 있다.

마을 주민 L(57세, 남)씨는 “몇 년 전 수천마리의 멸치 떼가 출현해 구조라해수욕장 전체를 검은 색깔 물감을 뿌린 듯 시꺼멓게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며 “백사장과 멸치 떼와의 거리가 불과 2~3미터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누구나 뜰채로 쉽게 건져 올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멸치떼 뒤로 고등어와 갈치떼가 멸치를 먹기 위해 버티고 서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멸치떼가 해변으로 몰려 들어  바다가 물반 멸치반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주민 C(52세, 여)씨도 구조라에서 잡히던 띠포리와 전어에 대한 추억을 얘기했다.

“예전엔 생긴 것도 별로고 고추장에 찍어 먹을래도 맛이 없어서 그저 주거나 버리거나 했던 띠포리”가 지금은 금값이란다.

전어 역시 이십 여 년 전에는 배 사람들이 한 바께스(?)씩  그저 퍼주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금값으로 둔갑한 귀한 전어에 대해 추억했다.

"구조라는 유난히 모래입자가 작고 부드러워 눈이 부신 백사장과 입욕하기 가장 알맞은 24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 휴가철에는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구조라 주변에는 조선중기에 축성한 구조라성과 내도,외도,윤돌도 등 섬들이 무심하지만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섬은 조용하고 동백과 후박 등 희귀목이 자생하고 있으며 바닷가에서는 굴, 해삼 등을 잡으면서 섬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또 유람선을 이용하면 내도, 외도, 해금강 등을 관광할 수 있어 여름이 살짝 비켜난 지금 또 다른 풍광으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라에 왔다면 전국최고 품질 ‘거제멸치’를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않은가

▶ 마른멸치 고르기

잔멸치는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감도는 투명한 것, 중간 멸치와 큰 멸치는 은빛이 나고 맑은 기운이 도는 것이 상품이다. 맛을 봤을 때 짜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한눈에 봐서 기름기에 절어 있는 것은 최하품으로 친다.

머리가 떨어지거나 배가 터진 것, 부서진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멸치를 가공했거나 지나치게 오래 말린 것이다. 덜 마른 것, 허옇게 염분이 핀 것도 피한다. 짠맛이 강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멸치를 가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허원영 기자  webmaster@gjt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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