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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삼순]'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자녀들을 위하여'이삼순:거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거제대학교 간호학과에 근무한지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맑은 신입생들과 얼굴을 익히고 눈길을 주고받다보면 어느 덧 새내기 1학년을 마치고 한 학년을 진급하게 된다. 이렇게 함께 하는 4년 동안 간호학과 학생들은 참 어려운 과정을 보내게 된다. 물론 모든 대학생들이 자신이 택한 학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하여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겠냐마는 내 자신이 간호학과에 몸담고 있다 보니 간호학과 학생이 겪는 학업상의 어려움이 더 진하게 가슴에 닿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4년의 과정을 보내고 간호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을 현장으로 보내면서 담당 교수로서 갖는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요즘 학생들은 가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온 아이들이다. 어려운 환경으로 먹을 것을 굶어본 적도 없고, 부모를 대신하여 학교를 다니면서 가정 일을 도와 준 학생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손에 물 한 번 담그지 않고 그저 ‘너는 공부만 해라’ 는 식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아온 학생들이다.

이렇게 살아온 학생들이다 보니 현장에서 당하는 모든 경험에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것이 일에 대한 참을성이 부족하다. 간호사 일이 그렇게 녹녹치만은 않다. 잠시도 앉을 틈 없이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걸어 다녀야 하고, 어떤 직장보다 맡은 업무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잠시의 방심과 긴장의 끈을 내려놓으면 생명과 관련 된 사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다른 직장처럼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3교대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젊은이들이다보니 퇴근 후 함께 하는 시간을 누리고 싶기도 하고, 토요일, 일요일엔 친구를 만나 누리고 싶은 것이 참 많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시간적 제한이 있고 야간 근무에 따르는 부담도 젊은이들에겐 불편한 근무조건이다.

얼마 전 졸업생이 취업한 병원의 간호부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제 신규의 딱지를 떼고 제법 훈련된 간호사로서 제 몫을 찾아가는 3년 차 제자가 갑자기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단다. 이유인 즉 이제 좀 쉬고 싶단다. 다른 친구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싶고, 밤낮이 없는 근무 조건에서 벗어나 그냥 좀 쉬고 싶단다. 그런데 이 간호사가 병원에서 하는 역할이 막중한지라 퇴직을 만류하는 상담을 몇 번이나 했지만 완곡한 뜻을 꺾을 수 없으니 3년 전의 담당 교수에게 SOS를 보낸 셈이다.

참 성실하고 참한 학생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간호사 직을 중단 한다 해도, 이 학생만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모범적인 학생이었는데...... .

정말 힘들고 어려웠나보다.

이럴 땐 참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어찌해야 하나? 그 병원 관계자에게도 미안하다. 간호사 한 명을 훈련시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많은 숙련 시간을 요하는 과정인데 이렇게 퇴직을 하면 병원에서 또 다시 그 역할을 훈련시키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임을 근무하는 동안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라 그 병원 간호부장님께 미안했다. 그렇지만 그 학생의 입장을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제까지 단단히 익힌 경험을 모두 접어두고 병원 일을 중단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해당 간호부장님의 입장도 이해되고, 퇴직을 결심한 제자의 결심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얼마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작은 소규모 병원에 실습을 간 병원에의 일이다. 실습생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 하지 못하여 퇴근을 못하자 그 어머님께서 고무장갑을 끼고 딸이 담당해야 할 일을 도와주기 위하여 병원으로 오셨다는 기막힌 사실이다.

아이들이 점점 나약해지고 있다. 신체적으론 서양 청년들과 어깨를 겨룰 만큼 체격은 상당히 상승해 갔지만 정신적 참을성은 반대로 마이너스 지수로 내려 선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하는 부담감이 없다. 그래서 퇴직 후 갖는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학생시절부터 어렵고 힘든 일은 경험해 보지 않아 솔직히 일을 할 줄도 모르고, 어려운 과정을 넘어서는 과정도 참지 못한다.

어려움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참을성도 필요하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자녀들을 위하여, 이제 취업을 위하여 현장으로 떠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와 관련 직장과,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거제타임라인  webmaster@gjt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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