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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정순]바람 바람 바람이정순/수필가/길 위에서 저자/거제수필문학회 회원

대관령 하늘 목장에 도착한다. 겨울이라 푸른빛이라고는 없고 풍력 발전기만 빙글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는 허허로운 언덕에서 지독한 찬바람을 온 몸으로 받는다. 편리함을 버리고 고립되기 위하여 오지를 찾는 것은 모르는 사물에게서 새롭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다.

현실도피가 아닌 멀어지고 사라지는 것은 친근함보다 쉽다. 생존의 법칙이란 가까이에서는 도대체 들리지 않으니 나의 감정에 충실 한다. 여행이란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기에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나 와 타인의 삶을 엿보며 약속 없는 교류가 시작된다.

일상에 찌들려 도취나 슬픔과 사색마저도 의미 없이 스쳐 버린 같은 날 찾아온 이곳은 마음의 평정을 찾기에 좋다. 나태한 일상에 엄숙한 현실을 느끼며 순종하고 따라야 할 이유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다. 부끄러운 마음의 감정은 바람이 알고 위기를 잘 이겨낸 다음은 서로를 칭찬한다. 그러므로 바람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마음을 이끄는 일이란 양떼를 모는 목동의 역할과 같다.

여기 목동의 경력이 그리 짧지 않다고 소개 했는데 서툴러 보이는 모양새가 내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때로는 생각하는 조절기능까지 마비되어서 목동이 양떼들에게 끌려가 버릴 것만 같다. 뒷걸음을 치거나 물속에 빠지거나 도망치는 놈이 있어 한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되는 목동의 변수도 함부로 못할 삶이다.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는 산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음이 한 인간의 일생을 어둡게 혹은 밝게도 한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며 타인의 화살을 피하며 살아야 한다. 무리 없이 양떼를 순종시키는 목동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끌려가거나 길을 잃을 때가 종종 있으니 고달프다.

자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끌고 가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절대로 먹지 않는 사람이나 일에 열중했을 때는 어떠한 친구의 방문도 받지 않는 사람은 무섭다. 한 달의 계획을 미리 세워 두고 철저하게 지키기보다 더러는 건너뛰며 사는 사람이 더 인간답다.

3월이 왔으니 잎 돋는 소리가 듣고 싶다. 메마른 가슴 한 모퉁이에서 잎을 피우는 부드러운 바람이 이는 봄의 맑은 햇살을 받고 싶은 게다. 그랬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피가 더워진다. 봄이 오는 생각만으로 마음까지 달아오른다. 여행을 준비하며 따스한 바람을 맞을 쯤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있다.

이 봄도 별수 없이 또 얼마나 많은 갈등을 주고 갈 것인가. 지레 가슴을 떨면서 저 밑바닥 아래 숨겨 놓은 비밀까지 드러나 보일 듯 차가운 바람 앞에 인간은 늘 혼자다. 중요한 명령을 받은 자처럼 순종하며 욕망을 배설해 버릴 장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다만 여행을 통하여 현실에 대한 애정으로 모진 겨울을 견딘 후 더 단단해진 내가 함께 서 있길 원한다. 그 후에는 가슴을 가로 지른 빗장을 풀고 또 다른 길 하나를 만든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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