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을 입은 우리 인체를 치료하는데는 그 방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우리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진화 발전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의료기술도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의료분쟁의 소지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대형조선소의 경우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을 제일로 강조하고 있지만 대소간 산재사고가 불가피하게 생기듯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서도 의료과실은 종종 발생하기가 예사다. 

환자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보장책을 마련하고, 의료진에게는 안정적 진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정제도를 마련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켜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최근들어 많은 의료기관들이 다양하게 개원하면서 예전 보다는 시민들이 의료혜택을 누리는 기회가 수월해 졌다.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이번 거제시내 모 종합병원에서 팔 수술을 받은 환자가 고통에 시달리다가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1차 수술당시 삽입한 금속물 스크류 때문에 통증이 유발된다며 재수술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환자 측에서는 1차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에 중재신청까지 했다.

 담당의사가 위로금 200만원까지 제시했다는 것이고 보면 일응 환자측의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병원측에서는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의료 과실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상급병원에서는 오로지 환자의 상태만 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병원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환자를 이중고통을 받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5월 21일 장평동 디큐브 백화점 앞에서 서울로 가던 시외버스 운전자가 음주운전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해 다친 환자의 경우도 병원측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버스에 받힌 승용차가 폐차시킬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아 몸이 아픈 것을 호소했자만 기왕증이라며 MRI 촬영비까지 개인부담을 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환자측에서 무리한 부담을 하고서 MRI촬영을 한 결과 판독 내용을 놓고 병원측과 언쟁이 오가고 있다.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는 이 필름을 판독한 결과가 거붕백병원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결국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근간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데는 주치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일차적으로 주치의의 판단을 가능한한 믿는다. 하지만  의사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의사나 병원이 환자를 비전문이라며 무시하거나, 잘 알지 못하면서 억지주장을 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면 이는 비난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의사의 양심에 따라 우리는 판단해야 하지만 통상 의사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란 그리 쉽지않다.

다만 병원측은 거제시민인 환자들과 상생한다는 이념으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환자가 없는 병원이 있을 수가 없으며 환자들도 자신을 치료해 주는 의료인에게 감사할 줄 알고 그들의 애로사항도 고려하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상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1년 4월 7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이 공포됐고, 2012년 4월 8일부터 법령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출범시켰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기간 장기화 및 소송비용 과다로 인해 환자의 부담이 증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중재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배상 및 경제적 부담 완화와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의료인의 과실로 피해를 입은 환자 측이 조정을 신청하여도 해당 의료인이 거부를 하면 이 제도는 유명무실화되며, 환자측은 민사재판이나 형사고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아직은 미비점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다. 오랜 기간 전문지식을 공부하고 수련한 의사도 역시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때론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의료분쟁조정을 환자가 신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료인이 이에 의무적으로 동의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당 의료인이 행한 시술 후 생긴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 및 합병증이 본인의 과실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료인이 직접 입증하는 ‘의료분쟁 조정 개시 후 의사의 입증 책임주의’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자는 문외한이기 일수이므로.

충분한 전문 인력과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분쟁조정 위원들이 의료인이 본인에게 유리하게만 작성한 진료차트 위주로 단시간에 과실유무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현 상태에서는 의료인이 조정에 동의한다해도 환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일부러 의사에게 해악을 끼치려고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손해배상을 진행하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사가 조정에 동의하게 하며 과실유무를 의사가 입증하게 하게 하여 환자의 부담을 덜고 의료분쟁조정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점이 사회에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의료인의 과실여부를 피해자이자 비전문가인 환자측이 입증하게 하고 있는 현 제도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형국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판레를 보면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분야이므로 일반인이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만큼 간접 사실을 증명하면 의료상 과실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치료 과정 중 그리고 치료 종료 후 본인에게 생긴 통증과 부작용을 호소하여도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나중에는 적절한 대화와 합의에 응할 것을 제의하였으나 어떠한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을 볼때면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의 유수한 병원 의사 판단과 진단을 무시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조정을 하지 못하고 약자의 입장으로서 병원 문을 나설 수밖에 없는 환자를 병원측은 내가족같은 심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장애 등 중대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만 분쟁 조정 절차가 강제 개시하도록 의무화하지 말고, 환자 측이 허위사실 적시와 협박 등으로 조정신청을 함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조정절차가 강제 개시되도록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위원과 조사관이 턱없이 모자라서 형식적인 조사 및 감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갈수록 의료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늘어나지만 조정 성사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의사가 권위주의와 우월의식을 내려놓고 환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합의에 나설수록 민사재판이나 형사고소는 줄어들 것이 국가의 행정력 낭비 역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거붕 백병원은 지난 해 우리 지역에서 대학병원급 시설을 완비했다고 홍보했다. 이와 걸맞는 의료서비스로 지역민들과 상생하는 의료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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