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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③'밥 끓는 냄새'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밥 끓는 냄새
 

                                              김    경     만 

한순간에 닥친 시련으로 삼 년간의 투병 후 몸을 추슬러 사회에 발을 내디뎌 살아온 쉽지 않은 시간. 그 긴 시간을 함께 한 공간인 책 대여점. 그 가게를 정리하고 다른 일을 계획하면서 잠깐 살림을 맡아야 할 상황이 되었고 아내와 역할 교대를 하였다. 별 어려움은 없으리란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
 
 6개월이 지난 요즘은 안정된 나날을 보낸다. 기초가 탄탄한 나는 금세 새 생활에 적응했다. 여섯 형제의 막내인지라 어머니를 도와드리며, 반찬 만드는 요령이며 설거지는 기본이고 밥 짓기, 찌개까지 일찍이 숙달된 조교이다. 지금을 대비(?)하기 위한 선견지명의 신지식인이다. 여기에 더하여 2년 6개월간의 군 생활은, 청소며 다림질까지 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겸비하였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충만하니 더할 나위 있겠는가.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행동이 느리고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란 염려이다. 이렇게 시작된 살림살이는 내 걱정은 단지 우려일 뿐 일주일 정도의 임무수행 후 평가단의 결과는 '최고'였다.  아이들은 아빠가 해 주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엄마 앞에서 호들갑이다.  슬며시 아내의 눈치를 보니 질투가 느껴진다.
"내가 정말 잘했나. 적당히 해야지.""아니지 온 힘을 기울여야지." "아내의 처지가 곤란하니 너무 잘하지 말아야겠다." "아니지 실력을 숨길 순 없어." 혼자서 즐거운 마음이 되어 갈팡질팡한다. 기대 이상의 살림살이에 흐뭇한 웃음을 하고서 아내는 고마움을 말한다.


"부담감 없이 사회 생활할 수 있어 아주 좋아요. 아이들 공부 문제도 좋고…."
큰아이가 학기말 시험에서 자기 반에서 일등을 했다. 학과 성적이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전부란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으뜸이라는 것은 기분 좋은 것임은 틀림없다. 두 아이의 학습지도를 하면서 부족한 내 모습을 많이 발견했고, 다른 목적도 있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살림과 동시에 독서지도사 공부를 하고 있다. 이 공부를 하면서, 꼭 직업을 가질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우리 주부들이 이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와당탕 퉁탕' 사고를 냈다. 막 일 나가려는 아내 앞에서,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컵 라면을 끓이려다 그만 와르르, 뜨거운 물과 함께 쏟아버린 것이다. 평소에도 포장되어 나오는 음식들을 한 손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던 터인데, 하필이면 아내 앞에서…….
얼마 전 물고기에게 줄 어분 통을 열다가도 집사람 앞에서 쏟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내 행동의 안쓰러움에 핑 도는 눈물을 애써 감추는 것을 보았다. 아직도 건강한 모습을 기억하며 그때를 회상함일까? 요즘도 신문에 관련 기사만 나오면 옷 당김을 한다. 난 이미 달관한 삶인데 아내는 회복에 기다림이 있는듯하여 아리는 가슴이 된다. 이런 느낌이 있던 터라 그이 앞에서는 더욱 조심 하지만 꼭 앞에서만 사고를 낸다. 애써 태연한 척 뒤처리를 하는데 뒤에서 울먹이며 말한다. "이제 일 그만두어야 할까 봐요." "왜 그래?" 반문하며 괜찮다고, 할 만하다고, 재미있다는 말까지 하며 위로한다. 사회생활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에 즐거움을 뺏기는 싫은 마음이다. 경제적인 여건도 아직은 어려움이 있는 터다. 어렵게 얻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 더욱 그러하다. 다독거림을 하여 집 밖으로 밀어낸다. 엘리베이터 앞의 아내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사고 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안에서 들려온다. 조금 전에 올려놓은 밥솥에서 밥이 끓는 냄새가 난다. 매일 느끼지만, 이 냄새가 매우 좋다. 밥 끊는 냄새가 나지 않는 집은 왠지 삭막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난 매일 저녁마다 밥 끓는 냄새를 만든다. 사람만 밥 냄새를 맡고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집 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때 맞춰 나는 밥 끓는 냄새를 맡으며 살아갈 것이란 모자란 마음을 갖고 있다. 이 고소한 냄새와 걸맞게 오늘 저녁은 아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 비 갠 먼 산은 연초록의 싱그러움이 한창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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