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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⑥'또 다른 시작'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⑥ 또 다른 시작 

                                                  김   경    만 

 2009년 첫날, 큰아이와 해맞이 길을 나섰었다. 올해가 대학 입시를 보는 해이니 마음을 다잡을 기회도 갖게 하고 격려도 하면서 소망을 나누고 싶어서였으리라. 온갖 소망을 담고 떠오른 태양을 어깨를 맞대고 마주하였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들 녀석이 오늘 대학교 입학식을 하였다. 눈을 감으니 아이의 이십여 년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한 이듬해에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 행복을 안겨 주었던 아이. 갓 돌을 지나기 무섭게 아빠가 건강을 잃어, 짧은 기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맡겨야 했고 철들고부터는 장애인 아빠를 둔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 아이. 하지만 온순하고 착하였으며 공부도 곧잘 하여 못난 아버지에겐 늘 위안이고 자랑이었던 아이. 그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 대학생이 되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은 기특한 아이이기에 참으로 기쁘고 고맙기만 하다. 늘 아이의 든든한 나무가 되고 싶었으나 많이도 나약하고 부족한 아버지였음을 알기에 지금의 이 행복은 나에겐 사치이기도 하다.

그 아이의 꿈은 막연하나마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환경, 생태학자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던 중 아버지가 추천해준 서너 권의 환경 관련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컸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몽골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그곳은 여전히 환경이 보존되어 있음을 보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는 이미 오래전에 존재하였으며 이것이 자연과 더불어 하는 삶이어야 함을 깨우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아직은 우리가 힘을 합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학자로서 또 환경, 생태 운동가로서 살아가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얻어 가진 생태 관련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되어 아이의 목표는 환경학자로 바뀌었고 올해 대학에서 환경 공학을 전공하며 소망하던 학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맞이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의 가치관에 대해 물으니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것이라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온 정성을 다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환경, 생태 공학도로 사는 삶이 자기가 스스로 결정하게 된 진로이고 그게 힘든 길일지라도 후회 없이 마음껏 그 일을 해보고 싶다며 굳건한 의지를 내어 보이던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기숙사로 떠난 아이의 방을 정리하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 1년간의 고뇌가 고스란히 메모 되어 있는 공책을 발견했다. 긴 시간의 고통과 슬픔, 시험 때마다 엄습해 왔던 긴장감 그리고 자유를 갈구하는 고뇌가 담겨 있어 가슴으로 꼭 안았다. 힘든 줄은 알았지만, 내색을 하

지 않는 성격이라 아이의 고통을 모두 보듬어 주지 못한 자책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예상보다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도 실망하고 노력의 부족을 탓하는 대목에서는 참으로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도 자신이 하고픈 학문을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자며 ‘지금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라고 다짐하는 것으로 메모는 끝나고 있었고 그 의지 속에서 굳건한 희망을 발견하였다.

과기원 합격 소식을 접하고 나서, 머리도 식혀줄 겸 아이를 데리고 양산 근교에 있는 친구의 공방에 들렀다. 자연과 함께하며 흙과 불로 도자기를 구우며 살아가는 벗의 삶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갓 구워낸 다기에 차향 가득 담은 사랑을 건네받고 아이는 마냥 기뻐하였다. 덩달아 행복했다. 돌아오는 길에 횟집에 들러 소주잔을 나누었다. 술 마시는 예절을 말하며 장성한 아들과 마주하고 첫 술잔을 기울이는 맛이라니…….

“사랑하는 아들아!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입학식 날에 늦겨울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대지는 온통 새싹을 틔우겠지. 아들의 마음에 피어나는 그 열정처럼…….
부족함이 많은 아버지였지만 작은 소리로 널 키우려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큰 소리로 외친다. 세상은 널 위해 존재하며 널 간절히 원함을 잊지 마라. 꿈을 꾸어라.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꾸어라. 그러면 넌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세상에 아들을 내보이며 아버지는 행복하다, 아주 많이.”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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