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로 4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불복소송에서도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대우조선해양이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보고서 등에 관한 조사·감리 결과 조치 통보 취소소송에서 “증선위 처분이 대부분 적법하다”는 취지로 대우조선해양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3~2014년 회계연도의 회계를 조작하고 이에 따른 사업보고서를 허위공시했다. 약 2조원대 영업손실을 숨겨 2012년 6842억원, 2013년 1조7189억원, 2014년 2조519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발생했다.

당시 고재호 전 사장이 허위공시된 재무제표를 토대로 약 21조원의 사기대출을 받고 임직원들에게 4960억원 가량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사기·배임 혐의로 징역 9년을 최종 선고받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적정의견’으로 제시했던 안진회계법인 및 회계사들도 ‘1년간 업무정지 제재’를 받았다. 현재 대법원 상고 심리 중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파문을 토대로 2017년 대우조선해양에 약 4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7~2019년 회계연도에 대해 지정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고, 담당 임원을 해임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증선위 처분에 불복, 지난 2017년 6월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증선위가) 사전에 사유 등을 알려주고 위반 근거를 명시해야 하는 등의 절차를 어겨 위법하다”면서 “실제 처분에 있어서도 위반금액 산정근거가 부족해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증선위 처분사유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살펴볼 때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보이며, 선박의 각 호선별로 회계처리기준을 다투는 것이 불가능하고, 형사확정판결 등이 위법하다는 대우조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과징금 45억원은 낸 상태고 이것의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따져보는 재판”이라며 “현재로썬 재판에 대해 따로 드릴 말없다”고 말했다. 이번 증선위 과징금 부과 적법 판결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액 8조3587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조2857억원 감소(13.3%↓), 7320억원 감소(71.4%↓)했는데, 특히 당기순이익은 2018년 3201억원에서 –465억원으로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이 떨어진 데에는 수주 감소 등 요인 외에도 재판 리스크에 따른 충당 부채 설정이 반영된 것이 컸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은 동 사건(분식회계)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안전회계법인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상훈)가 “총 146억여원을 소액주주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항소 일정 조율 중에 있어 최종 선고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주주들과의 소송에 이어 증선위와의 소송까지 잇따른 패소 판결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자체는 70% 가량 줄었으나 전 세계 선박 발주 감소 등 업황을 고려하면 3년 연속 흑자를 내고, 부채비율을 200%대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 “다만, 산적한 재판 리스크가 재무구조를 갉아먹고 있어 경영정상화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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