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43)

                          어머니 기일

                                 김복언

이른 술시(戌時)에
등불을 밝히고
보고 싶으니
일찍 오시라고
하늘나라에 전화해 두었다

제판(祭板) 양쪽으로 흔들리는 촛불
촛불 속으로 보이는 어머니
어!
술잔 속에 아버지 얼굴도 비친다
술 좋아하시던 아버지도
같이 오셨나 보다

생전에
젯밥은 멥쌀을 찧어 쓰지 않으면 꾸중하셨는데
오늘은 도정쌀을 썼는데도 말씀이 없으시다

애통의 눈물 뿌린 네댓 시간의 상봉
여러 번의 술잔 봉헌에 잔개하고 묵상한다
엄숙함에 짓눌려 촛불도 움직임이 없다
자시(子時)가 지났어야 향내를 타고 0과1의 세계로 가신다

내년에는
카네이션을 준비해 놓고
좀 더 일찍 전화 드려야겠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시인은 오늘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그 심경을 詩로 토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그리운 존재다. 살아 계실 때 부족함이 돌아가신 후 후회로 남는 것이 자식의 마음이다.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강원도관찰사로 재직하면서 백성들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하여 지은 시조 <훈민가(訓民歌)>에서도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을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닮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고 했다.
술시(戌時)는 대개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를 말한다. 제사를 준비하는 초저녁부터 제사를 끝내는 자시(子時 밤 11시부터 1시 사이)까지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0과1의 세계」라는 현학적 표현이 무겁지만, 마지막 연을 아주 가볍게 처리하면서 무거운 시적분위기를 상쇄함이 좋았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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