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59)

   '자식 생각'

  

  竹亭 민병재 

바람이 선선해져 배추 모종을 심었다
생전 처음 심는 거라
신생아실 아가 보듯 아침저녁으로 쳐다본다
땡볕 끝물과 태풍과 몹쓸 벌레들 속에서
저리 연약한 것이 어찌 견딜까 싶으면서도
용케 견디며 잎새 넓혀가는 걸 본다
배추나 사람이나
이 세상에 나왔으면
제 혼자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모질게도 가슴을 때려
공연히 남사스런 눈물 얼른 감추다가
그래, 태풍과 볕과 벌레가 너희에게는
최고의 거름이다 주절거리며
사족처럼 비료 한 움큼 얹어주었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어떤 존재인가?
‘작은 자식은 작은 걱정, 큰 자식은 큰 걱정’이라고 했다. 부모는 평생을 자식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예쁘다’고 했다. 고슴도치는 등과 옆구리에 털이 변형되어 생긴 1만 6천여 개의 가시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들은 한 부모를 못 거느린다​’고 했다. 이렇게 쏟은 사랑도 자라고 나면 ‘품안에 자식’이라는 단 한마디로 애석함을 달래야 한다.
이제 추석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이번 추석에는 고향도,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하게 막는다. 참 쓸쓸한 명절이 될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못 내려가요”하는 자식전화에 “음, 괜찮다”그러시면서도 “그래도 내려갈게요”라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을 게다. 그런데 왜 고향에는 안가도 휴양 관광지는 예약이 넘친다는 걸까?(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