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70)
'정원에서'

한솜  윤  석  희 

하도
새벽 새들의 채근 요란하여
자리를 털고 뜰에 나섰더니

저만치
누렇게 바랜 잎사귀
죽은 자식처럼 끌어안고
나뭇가지 하나 울고 있네

한 귀퉁이 이름도 없는
죽음은
바람도 햇살도 스쳐 가는데
무성한 나무는 아랑곳
아니하고 푸르기만 하네

지는 가지
뚝 떨어져 썩으면 그만인 것을
툭 분질러 잊으면 그만인 것을
나만 홀로
아침내 서러워 서성거리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시는 순간포착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물을 인식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번득이는 그 무엇이 시의 빌미가 된다. 이를 일컬어 영감(inspiration)이니 뮤즈(Muse)니 하고 말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자신의 경험이 만들어 낸 시적언어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어떤 대상을 발견하는 힘과 이를 형상화하는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가 바로 시인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솜 선생님의 시 「정원에서」는 아침 일찍 뜰에 나와 보니 나무 가지 하나가 꺾여 말라 죽었는데도 그건 아랑곳 하지 않고 다른 가지는 푸르게 잘 자라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것이 대상의 인식 곧, 발상(發想)이고, 이를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의 상상력이다. 그리고 이를 시적언어로 잘 표현하였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저 가지처럼 ‘뚝 떨어져 썩으면 그만’이고 ‘툭 분질러 잊으면 그만’이다. 그런 삶의 허무를 느끼며 시인은 정원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아침이 되도록 서성이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