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72)
'봄꽃이 된 여인'

고  혜  량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이 되면 꽃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긴 기다림의 겨울이 지나고
정작 봄이 길을 내고 있는 데도
길을 나서지 못하던 여인
그의 꿈속은 언제나 춘삼월이었다지요
그 꿈에서 깨어난 어느 날
바람이 불었고
비가 오던 날
여인은 봄꽃이 되어 떠났습니다
꿈속의 봄꽃이 되었답니다
북녁하늘 바라보는 목련꽃이 되고
고개 숙인 수선화가 되고
일렁이는 설유화가 되었답니다
봄바람에 떠돌다가 스러지면 그 뿐인
봄꽃이 되었답니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겨울이 길다. 올 겨울은 유난히 더 길 것 같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여지없이 깨뜨려버렸고 우리들의 겨울을 춥고 외롭게 만들고 말았다. 봄은 어제 오려나. 봄꽃은 언제 피려나.
‘따뜻한 봄을 기다리던 여인’ ‘따뜻한 봄이 되면 꽃이 되고 싶었던 여인’ ‘겨울이라 길을 나서지 못했던 여인’ ‘바람불고 비가 오던 날 봄꽃이 되어 떠난 여인’ ‘이제는 꿈속의 봄꽃이 된 여인’의 이야기를 올해 마지막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로 선정해 보았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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