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이 사건 제1, 2토지는 미등기로 토지대장상 망 소외 1의 명의로 등재된 것인데,그의 사망으로 위 토지에 관한 권리의무를 선정자들이 공동상속하였고,소외 2는 1944. 3. 6.경 위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제1토지를 매수하여 점유하다가, 이를 나누어 소외 3, 소외 4에게 각 매도하고, 나머지는 소외 5에게 증여하여,위 소외 4의 사망으로 소외 4의 점유부분을 상속한 소외 6, 위 소외 5, 소외 3이 위 토지를 점유하여 오던 중
   원고는 1986. 7. 3.부터 1987. 1. 12. 사이에 위 소외 5, 소외 3, 소외 6으로부터 각 점유부분을 매수하여 점유하였으며 소외 4는 1944. 3. 2. 경 위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제2토지를 매수하여 점유하다가 소외 6에게 증여하였고, 원고는 1987. 1. 12. 경 위 소외 6으로부터 이를 매수하여 점유해 왔었다.
 
피고 1은 이 사건 토지가 위와 같이 전전매도된 사실을 알고서 원고와 매매교섭을 하다가 결렬되자,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인 피고 2에게 이중매도를 권유하여,피고 2는 1987. 5. 23. 이 사건 토지가 이와 같이 전전매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본인 및 나머지 선정자들의 대리인 자격으로 피고 1과 이 사건 토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같은 해 8. 3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선정자들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고, 피고 1은 선정자 소외 7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에 관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이 사건에서 본인 및 선정자들의 대리인 자격으로 피고 2가 제2 매수인인 피고 1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1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법률행위는 유효한 것인가.

판결의 요지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매도인의 배임행위와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행위로 이루어진 매매로서, 그 적극가담하는 행위는 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목적물이 매도된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 매도사실을 알고도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해설
선정당사자라 함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사람이 공동소송인이 되어 소송을 하여야 할 경우에, 그 가운데에서 모두를 위해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로 선출된 자를 말하며, 선정당사를 선출한 자를 선정자라고 한다. 선정당사자는 선정자의 대리인이 아니고 당사자본인이므로 선정당사자는 일체의 소송행위에 대하여 포괄적 수권을 받은 자이고, 선정당사자가 받은 판결은 선정자에 대해서도 그 효력이 미친다.
 
시장경제질서에 터잡은(헌법 제119조) 우리 사회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민 각자에게 독립ㆍ대등한 권리주체로서의 지위가 주어지고(헌법 제10조 전문 참조), 재화에 대한 사적 지배와 그것의 자유로운 교환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법(私法)은 소유권과 계약을 중심으로 재화 또는 용역의 지배ㆍ이용ㆍ교환관계를 실현함에 있으며, 사유재산에 터 잡아 각종 재화에 대한 배타적인 지배ㆍ이용관계를 규율한다.

 물권변동은 물권의 발생ㆍ변경ㆍ소멸을 의미하며, 권리추체의 입장에서는 물권의 득실변경(得失變更)이라고 할 수 있다.이중매매(또는 이중양도)란 매도인(특히 부동산의 매도인)이 제1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제2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에게(제2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물권적 합의(예컨대, 매매계약) 외에 공시방법으로서 등기를 갖추어야 비로소 물권변동이 일어난다는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 : 민법 제186조),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각자가 자기의 의사에 따라 법률관계를 자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사적자치의 원칙, 법질서가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자유경쟁의 원칙상 부동산의 이중매매계약 및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한 것이다.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의 제1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이행불능이 되며, 매도인의 제2 매수인에 대한 처분행위가 사해행위가 되지는 않는다.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한 것임을 요하나,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 되어 채권이 성립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1995. 11. 28. 선고 95다27905 판결 등 참조),

  부동산을 양도받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양도인이 제3자에게 이를 이중으로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취득하는 부동산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은 이중양도행위에 대한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와 같은 피보전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채권자취소권을 특정물(特定物)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부동산의 제1양수인은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하여 양도인과 제3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이중양도행위에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2534 판결, 1996. 9. 20. 선고 95다1965 판결 등 참조).
  매도인의 배임행위(제2 매매계약의 체결 + 소유권이전등기)에 제2 매수인이 적극 가담한 경우, 이중매매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69. 11. 25. 66다1565 판결). 이를 강학상 「배임행위 적극가담론」 이라고 한다(매도인의 배임행위 + 제2 매수인의 적극가담 → 제2 매수행위는 무효).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매도인의 제1 매수인에 대한 배임행위와 제2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행위로 이루어진 매매로서, 그 가담행위는 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목적물이 매도된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 매도사실을 알고도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55289 판결).

  민법 제746조는 「불법을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불법한 원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급여(즉, 불법원인급여)에 대하여는 민법 제746조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은 원인행위(제2 매매계약)가 무효라 하여 제2 매수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소유권의 말소 또는 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으며{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물론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민법 제214조), 당사자간의 반환약정에 기한 반환청구도 금지된다.

  그러나 제1 매수인은 매도인을 대위(代位)하여 제2 매수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무효인 제2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는 제2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확정판결(제소전 화해조서에 의하여 등기가 경료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0. 7. 6. 선고 2000다11584 판결)에 따라 경료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이 당연무효이거나 재심의 소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제1 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를 하는 것은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다57140 판결).

  기판력 또는 실체적 확정력이라 함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있어서 청구에 대한 판결내용은, 당사자와 법원을 규율하는 새로운 규준(規準)으로서의 구속력을 가지며, 뒤에 동일사항이 문제되면 당사자는 그에 반하여 되풀이하여 다투는 소송이 허용되지 아니하며{불가쟁(不可爭)}, 어느 법원도 다시 재심사하여 그와 모순ㆍ저촉되는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불가반(不可反}). 이러한 확정판결의 판단에 부여되는 구속력을 말한다.

  대법원은 「원고는 위 소외 2와 소외 4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한 때로부터 20년이 경과한 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1987. 6. 30. 이 사건 토지를 시효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선정자들과 피고 1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토지매도인인 위 소외 1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의무를 상속한 선정자들의 배임행위에 피고 1이 적극 가담한 반사회적인 법률행위로서 무효」 라고 판단하였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52조[법인이 아닌 사단 등의 당사자능력]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단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53조 제3항[선정당사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이 제52조의 규정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들은 그 가운데에서 모두를 위하여 당사자가 될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을 선정하거나 이를 바꿀 있다.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
다른 사람을 위하여 원고나 피고가 된 사람에 대한 확정판결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
헌법 제119조[경제질서의 기본, 경제의 규제ㆍ조정]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민법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참조판례]
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카197 판결; 대법원 1988. 9. 27. 선고 84다카2267 판결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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