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00)

       우담바라 

    慈仁堂 이양주

거제시 고현동 산 552번지 수선사(水仙寺)에
천 개의 꽃이 피었노라고
춘풍(春風)이 기별하길래

하늘이 푸른 물빛으로
바람에 일렁이던 날
구름 마냥 나도 길을 나섰네

봄도 쉬어가는 고개 넘어가니
하얀 심지가 달린 노란 꽃등 수천 개 들고
부처가 웃으며 서 있지 뭔가

바깥이 없다면 어찌 꽃을 피울꼬
꽃은 어둠을 밀어내어
제 안에서 피는 것이라네

부처가 손을 쑥 내밀며
꽃을 건네주는데
꽃과 부처는 하나였네

사방에서 꽃 벙그는 소식에
오늘은 누운 산도
벌떡 일어났지 싶으이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우담바라(優曇婆羅)'는 3천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하는 만나기 어려운 꽃이다. 옛날부터 인도에 그 나무는 있지만 꽃이 피지 않았다가, 여래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비로소 꽃이 피었다. 수미산 꼭대기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전륜성왕이 나타날 때면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감득해서 핀다는 상상의 꽃이다. 때문에 이 꽃이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은 상서로운 징조라 여겼다. 실제로는 그것이 풀잠자리의 알일 수도 있고, 뽕나무 같은 나무에서 피거나, 더러는 유리창 같은 특정한 어떤 곳에서 피어난다 하더라도 불자에게 있어서는 전설의 꽃이요, 신성한 꽃으로 여김을 받는다.

시의 화자는 ‘거제시 고현동 산 552번지 수선사(水仙寺)’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시작으로 신비의 꽃 우담바라를 소재로 시를 이끌어간다. 그냥 막연한 절집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소를 제공함으로 시에 신빙성을 주어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를 ‘시의 구체성’이라 한다. <꽃은 어둠을 밀어내어 /제 안에서 피는 것이라>는 행에 이르러 마치 공안(公案)을 안고 고민하던 수행자가 깨달음의 세계를 보는 듯 꽃에 대한 정의가 새롭고 참신하다. 특이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시적 은유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표현이다.

사방에서 꽃 벙그는 소식에
오늘은 누운 산도
벌떡 일어났지 싶으이
시의 리듬이 기막히게 살아나면서 그 의미는 독자로 하여금 숨소리마저 멈추게 한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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