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01)
      아버지의 길      

   운정(芸亭) 이 석 태

뒤축이 헤어진 검정 고무신
명주실로 촘촘히 꿰매어 신으시고
어깨춤은 지게질로 닳아서 떨어진 삼베적삼
맨살이 살짝 비쳐지는 아버지의 뒷모습
운명처럼 새벽 장닭이 울면
지게지고 나서는 길 아버지의 길
세상이 온통 잠들어 으슥하리만큼 고요한데
평온을 깨울까 기침조차 조심스러운
아버지의 새벽길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울 지게 짐을 지고
온종일 끝도 모르는 가족의 생계를 주워 담는다
어스름 동네 개들이 집주인을 불러들일 때쯤
실밥이 터진 신발을 지게에 매달고
헤어진 삼배적삼은 흥건히 젖은 온몸을 위로하듯
같이 젖어 집으로 들어오는 아버지의 길
굴뚝에는 어머니의 간절한 정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둘러앉은 밥상 앞에
조용한 행복의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의 길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이석태 시인은 종합문예잡지《문장21》여름호를 통해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등단과 더불어 이석태 시인의 아호를 ‘운정(芸亭)’으로 부르게 됩니다. ‘운(芸)’은 ‘향기나는 풀’을 뜻합니다. 정자가 있는 주변으로 향기로운 풀이 꽃밭을 이룰 것입니다. 아울러 ‘운(芸)’은 ‘유채꽃’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시를 공부해 왔습니다. 시 ‘아버지의 길’은 등단작품으로 심사위원은 다음과 같이 평하였습니다.<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감상하는 것은 언제나 기쁨을 선사한다. 

시는 기본적으로 말과 뜻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시어, 행, 연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깊은 의미가 생긴다. 좋은 시인은 음절과 음보의 섬세한 리듬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석태 시인의 시는 서정시가 나아가야할 몇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 아버지의 길은 신산고초의 길이다. 가족을 위해 ‘뒤축이 헤어진 검정고무신’을 신을 수밖에 없는 고단한 삶이다.

아버지의 ‘새벽길’은 어둡고 무겁다. 가족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의 등은 쉴 날이 없다. 물론 어머니의 삶 또한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둘러앉은 밥상 앞에 ’ 모인 가족의 행복은 잠시나마 이 시를 환하게 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입니다. 더위도 마다않고 가족들을 위해 땀 흘리시던 아버지의 길이 가슴 깊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잊고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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