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71」         
    하둔천 갈매기 떼

    
     김 현 길

 하둔천에
 내려앉아
 물장구치는 갈매기 떼
 그 옛날 이곳에는
 은어 잡고 사백어 잡고
 등굣길 
 징검다리 건너뛰며
 초등학교 다녔던 곳.

 하굣길
 발가벗고
 동무들과 멱을 감고
 해지도록 둑 밑에서
 돼지풀로 똥게 꼬시던
 지금의
 저 갈매기 떼 보니
 그 시절 우리 같다. 

 ◎  서불 전설과 사마천의 사기(史記)•1
거제도에 구전되어 온 서불에 관한 전설은 1980년대부터 서불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서불 동도에 대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이는 사마천(司馬遷)의 『史記』에서 비롯되었다. 『史記』 「진시황본기」에 “제나라 사람 서불 등이 상서를 올려 말하길 바다 가운데 삼신산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름은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州)라고 하며 그곳에 선인(仙人)이 산다고 합니다. 청하옵건데 재계(齋戒)하고 동남녀(童男女)와 더불어 그것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에 서불을 파견하고 동남녀 수천 명을 보내어 바다에 들어가 선인을 찾도록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사마천은 『史記』라는 중국정사(中國正史)의 모본(母本)을 저술했는데 그가 겪은 어려움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성기(性器) 잃은 늙은 사가(史家)의 몸부림은 이러했다. 『史記』의 완성은 눈앞에 둔 武帝 때의 일이다. 이릉(李陵)이라는 젊은 장수가 이광리(李廣利)의 별동대장으로 흉노 토벌에 나섰다. 그는 5천의 병사를 이끌고 용감히 싸웠으나 수십 배가 넘는 적군을 당해내지 못하고 불행히도 포로가 되어 버렸다. 조정에서는 처음에 거듭되는 승전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축배를 들었고 武帝는 큰 잔치까지 베풀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패전 소식이 전해오고 이릉은 행방이 묘연했다. 조정에서는 이릉을 찾기에 힘을 기울여 다음 해에 소식을 알았으나 그는 항복하고 편히 산다는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무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이광(李廣) 장군을 비롯한 전 가족을 몰살할 것을 명하였다.  이광 장군이란 이릉의 할아버지로 변방 수비에 공이 많은 老 퇴역 장군이었다. 이렇게 해서 일가의 떼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으나 신하들은 무제의 눈치만 살피느라 그 누구하나 한마디 돕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이릉을 잘하는 사마천은 무제 앞으로 나아가 당돌한 변호를 했다.  “臣이 보기에는 이릉의 충성심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혹 한때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항복을 하였더라도 그는 결코 漢에 보답할 것이 확실하니 차제에 그의 공을 널리 알림이 오히려 마땅한 줄 압니다. 그는 적은 군사로 적의 대군과 사력을 다하여 싸우지 않았습니까.” 이 말을 듣던 무제는 분을 이기지 못하여 사마천을 宮刑의 벌로 다스려 버렸다. 궁형이란 남자의 고환을 도려내는 극형의 하나로 수염이 빠지고 목소리가 가늘어지며 성격까지 여자처럼 되는 것이라 한다. 사마천은 “남자로서 성기를 잘리고 2년 동안이나 옥중에 갇히면서 자결할 결심도 했지만 아버지의 유언이며 나의 과업인 史記의 완성을 보기 전에는 차마 죽을 수가 없어 인간으로서는 최하급의 치욕을 견디고 옥문을 나와 하루에도 아홉 번씩은 창자가 뒤틀리는 쓰라림을 참고 완성하였다.”고 그의 보임안서문선편(報任安書文選編)에 밝혀두었다.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前漢에서 당시 수사(修史)를 맡아보던 역사가 사마담(司馬談)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마담은 기원전 123년 산동성 태안현에 있는 태산(泰山)에서 천자가 하늘에 제사하는 봉선(封禪)의 의식(儀式)에 병으로 참가하지 못하였는데 봉선을 관장하는 太史令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사마담은 죽을 때 아들 천(遷)을 불러 놓고 “무슨 일 있더라고 通史를 完記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후 3년이 지나 사마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太史令이 되었고 그때부터 『史記』 저술에 착수하여 20년 동안에 1백 30권을 완성하였다.(BC 97년)  

 불로초를 찾아 동도한 서불이 거제 해금강 서쪽에 있는 우제봉(雨際峯)에 새긴 “徐巿過此”, 이 마애각이 현존한다면 유네스코에 등재될 문화재이련만 안타깝기만 하다.  서불이 구하고자 했던 ‘不老草’, 세상에 불로초가 어디 있을까만 장수를 돕는 식물의 하나로 나는 석곡(石斛)을 들었다. 석곡을 장생란이라고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꽃 지면 잎이지는
   정연한 질서 속에

   희디흰 잔뿌리는
   세상을 움켜쥐고

   짤막한 마디마디에
   향을 숨겨 놓았다.

   
   부토를 멀리하는
   반골의 생리하며

   마른 줄기에 촉을 다는
   장생의 묘법하며

   땡볕에 맞서는 오기
   하나같이 부러웠다.
      - 拙詩, ‘석곡’, 전문.
 ※ 석곡은 마른 줄기에 새 촉이 달린다. 이를 고아(高芽)라고 한다. 고아를 떼어 심으면 새로운 개체가 되기에 장생란이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야만적인 형벌을 받아 남자도 여자도 아니게 된 사마천의 울음을 삼키며 완성한 『史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 시인/게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하둔천 갈매기 떼〉는 어릴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는 하둔천에서 물장구치는 갈매기 떼를 보고 느낀 감흥을 2수 연작으로 읊은 김현길 시인의 작품이다. 누구나 평생을 두고 가슴에 지니는 추억이 있다. 바로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이며 친구들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죽마고우 아니던가. 하둔천은 상둔과 하둔으로 나눈 거제시 둔덕면의 하둔에 있는 하천이다. 하둔천은 아래쪽 둔덕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으로 물고기가 많아 갈매기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조 작품 〈하둔천 갈매기 떼〉에서는 ‘사백어’와 ‘징검다리’가 눈길을 끈다. 사백어(死白漁)’는 살아 있을 때에는 투명하나 죽으면 흰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이는 3~5cm, 몸은 원통형으로 가늘고 길며 투명해 뼈가 훤히 다 보인다. 사백어는 망둑어과로 거제 남부 해안과 고성만 등에서 3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 잡히는 희귀 어종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하천으로 올라와 산란하는 사백어는 거제에서는 하둔천에서 잡히기 시작, 동부 산양, 남부 탑포천으로 이어진다. 사백어는 밀물 때 특수 제작된 그물로 잡는데 칼슘과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하여 숙취 해소에 특효가 있다. 사백어는 계절의 특미이건만 오염으로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오염으로 줄어드는 것이 어찌 사백어뿐이리오. 하둔천이 있는 하둔의 도로변 둔덕 주민자치동산에 두 개의 빗돌이 서 있다. 통정대부 박공순석 불망비와 면장 신옥권 송덕비가 그것이다.  이 불망비는 〈하둔천 갈매기 떼〉에 등장하는 ‘징검다리’와 관련이 있다. 박순석은 동랑과 청마의 외조부로 일찍이 통영에서 사업을 일으켜 1918년 둔덕 주민들을 위해 다리 4개를 건설하는 등 빈민구제와 자선사업을 벌였다. 시인이 건너뛰며 초등학교를 다녔던 징검다리가 바로 박순석이 건설한 다리 중 하나다. 2013년 8월 24일에 둔덕 번영회 송덕비건립추진위원회는 불망비와 송덕비 제막식을 가졌다. 옳게, 사람답게 살고 볼 일이다.

 밀물 때였던가 보다. 물이 불어난 하둔천에 갈매기가 떼 지어 내려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다. 먹을 것이 많았기에 갈매기가 떼를 지었다. 사람이나 갈매기나 매한가지다. 먹을 것이 있는 곳에는 모이기 마련이다. 갈매기 떼가 물장구치는 그곳, 그 옛날에 은어 잡고 사백어 잡고 징검다리 건너뛰며 초등학교 다녔던 곳 일지니 회억에 잠긴 시인은 노니는 갈매기 떼를 망연히 보고 섰겠다. 하굣길 발가벗고 동무들과 멱을 감다 보니 해지는 줄 몰랐다. 돼지풀을 미끼로 돌 틈새로 똥게를 꼬셔댄다. 꼬셔대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그때는 똥게도 그렇게나 많더니만.
 시인에게 있어 고향인 둔덕골은 시의 자양분이고 옛 추억은 詩作의 화수분이다. 앞으로 또 둔덕골을 얼마나 우려먹을지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可可大笑.<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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