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04)
        추 억 

     옥 영 재 

좁은 골목길에는 낡은 추억들이 파편처럼 부서져있고 기억이 데려온 발걸음 새겨놓은 자리에서 비릿한 젖내음이 난다 바닷가를 뛰놀던 추억들 혀끝으로 몰려오고 짜디짠 쓸쓸함이 어느새 밀물 되어 달려오는 한 조각 그리움

바닷물에 떠돌던 일상
갯바람에 매달리며
꼬르륵 배고픈 설음 마주 보고 웃는다

처마밑을 거닐던 마른 대구 울음 걷어온 친구의 손에서 짠내가 풍기고 고구마밭을 훔치던 발걸음은 한밤 풍경이 되다 닭서리에 잠을 빼앗긴 눈동자 빛나는 자취들 밤의 비명 소리에 몸을 숨기던 암흑 속의 우화

세월이 데리고 간
기억 한 조각 집어 들고
잊혀진 날들 불러와 하늘만 바라본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우리나라 시가문학 중 시조(時調)는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에 문학적 장르로 정착된 고유의 정형시이다. ‘시조’라는 명칭은 본래 ‘시절가조(時節歌調)’라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라는 뜻으로 붙여졌다. 그러므로 시조는 문학적 갈래 명칭이라기보다는 음악조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시조는 음악성보다는 문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조는 사대부나 양반들이 향유하던 예술이었지만, 조선 후기로 오면서 상업의 발달로 경제의 헤게모니가 바뀌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사대부 취향 일변도였던 시조가 중인이나 부농, 부유한 상인 등에게도 유행해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끓어오르는 문학적 감성을 45자 내외의 평시조라는 작은 그릇에 담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서 새로운 형태의 사설시조(辭說時調)가 발생한다. 평시조의 기본을 지키면서 초·중·종장 중 어느 하나가 확장되는 형태인데, 대개 종장은 그대로 이고 초장이나 중장 중 어느 하나가 길어진다.
 

해정의 시 <추억>은 장르로 치면 ‘시조’이고 종류로는 ‘사설시조’라고 볼 수 있다. 초·중·종장 중 초장이 길어진 형태이다. 특히 시 <추억>은 초장에 보여주는 현대 자유시의 묘사가 돋보인다. 그러면서 중장과 종장에서는 시조로서의 리듬처리가 각별나게 뛰어나다.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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