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진흥 이해되지만 행정절차 하자까지 수긍해야 하나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도에 '공동생태조사' 강제
거제시,10~20일 생태 전문가 등 조사단 현장조사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은 생태계 파괴 우려에다 행정 절차 하자 논란까지 빚어 지역민들과 환경단체가 극렬반대하고 있다고 10일 경남도민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현실이 그러함에도 행정은 '사업 진행'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여서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하 이 보도에 의하면 10일부터는 '공동 생태 조사'를 할 예정이나 조사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는 것.

◇'행정 하자'에도 절차 진행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동부면 율포리와 남부면 탑포리 일원을 사업 대상지로 한다. 이 사업 해당 기관은 △시행사 ㈜경동건설 △승인 기관 경남도 △협의 기관 낙동강유역환경청 △입안자 거제시다.

사업 시행자 경동건설은 2017~2028년 4277억 원을 들여 골프장과 산악레포츠·숙박·연수원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면적은 369만 3875평방미터로 축구장 517개에 해당한다. 골프장은 27홀 규모로 전체 면적의 41%에 해당하는 151만 8890평방미터다.

골프장 개발지는 노자산을 걸치고 있다. 노자산은 거제외줄달팽이·대흥란·팔색조 등과 같은 멸종위기종의 안식처다. 개발 예정지 산림 40%는 생태 자연도 1등급 지역(환경부 고시)이다. 시민사회는 사업 추진 초기부터 "거제에 남은 마지막 생태계 보고"라며 개발 반대 활동을 했다. 노자산 아래 바다를 생계 터전으로 삼는 어민들도 농약·토사 등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절차상 큰 문제를 드러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남도는 거제시·사업자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검토한 후 2019년 5월 사업 지정 고시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조사' 의혹이 일었다. 멸종위기·희귀종인 팔색조·긴꼬리딱새·애기송이풀 등이 실제 개발 예정지에 서식하고 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이 같은 생물종을 누락했다. 이에 낙동강환경청이 나서 조사 업체(사업 시행자 의뢰)를 고발했다. 하지만 낙동강환경청은 그 다음부터 '자기모순'에 해당하는 태도를 보였다. 절차상으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이미 끝냈기에 법적 판단과 상관없이 이를 되돌린 순 없다는 것이었다.

개발과 보존의 갈등은 비단 이 사례에서만이 아니다. 통영시의 케이블카 설치, 거제장목권관광단지조성과 골프장 건설때도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끝내에는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개발 당위성에 명분만  얹어준 꼴이다. 

◇'공동 생태 조사' 제대로 될까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은 이러한 절차적 논란에도 계속 진행되며 '환경영향평가' 단계에 이르렀다. 낙동강환경청은 지난달 '조건부 동의'로 사업 시행자와 협의를 끝냈다. 이에 대해 노자산지키기대책위는 "거짓·부실 가득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쫓기듯 동의해 줬다"고 꼬집었다.

낙동강환경청은 여러 조건을 달면서 이를 사업 계획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주요 내용은 
△애초 사업 계획 터 10만 9482평방미터의 시설 설치 계획을 삭제해 거제외줄달팽이·대흥란 서식지를 보전해야 한다 
△팔색조 서식 환경 보전을 위해 사업지구 내 산간 수계 및 완충구역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안을 사업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등이다.

낙동강환경청은 사업 시행자에 '팔색조 번식기인 5월 중순에서 7월에 현장 조사하고 추가 저감 방안 마련'을, 거제시에 '팔색조가 사업 지구 내에서 확인된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개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경남도에는 '공동 생태 조사'를 강제했다.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거제외줄달팽이·대흥란 서식지 생태 조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에 거제시는 경남도 위임을 받아 10일부터 20일까지 현장 조사를 한다. 공동 조사단은 경남도 추천 생태 전문가 2인, 낙동강환경청 추천 생태 전문가 3인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원종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거제외줄달팽이는 비 오는 날 아니면 보이질 않는데, 현지 조사 날짜가 비와 상관 없이 정해져 버렸다"며 우려 목소리를 냈다. 행정은 이처럼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공동 생태 조사 결과를 반영해 
△원형 보존지역 추가 설정을 위한 토지이용계획 조정 
△낙동강유역환경청 협의 의견을 반영해 관광단지 조성 계획 승인 등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제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 시행자의 팔색조 서식지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시는 전문가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인터뷰에서 "거제남부관광단지는 인구 소멸지역 균형발전과 거제 전체 관광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역점 사업"이라며 "환경 전문가, 사업 시행자와 계속 소통해 개발과 자연 보전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