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06)
         옆집

휘연 서정윤
 

전선이 한 줄로 처진 빨랫줄에
파랑 분홍 색깔의 앙증맞은 양말들이
봄 햇살에 널렸다

엊그제 이사들 땐
신혼인가 했는데

어쩐지 부부의 눈동자 속에
낯익은 눈부처가 들어앉아 있더라니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시는 어떤 이야기를 그대로 말하지 않고 은유와 상징이라는 표현기법으로 간접화한다. 시인이 쓴 한 편의 시가 열 사람의 독자에게는 열 편의 시로, 백 사람의 독자에게는 백 편의 시로 재해석되어 새롭게 창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휘연 서정윤 시인의 <옆집>은 불과 7행에 불과한 짧은 시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은 한 편의 소설이고 한 편의 수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분한 배경을 깔고 있다.
옆집에 어떤 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 ‘부부의 눈동자 속에 /낯익은 눈부처’가 들어앉아 있다고 느꼈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 선한 눈빛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그 부부에 대한 인상과 느낌과 행복함을 ‘눈부처’라는 기막힌 언어로 은유했다.

어느 날 ‘전선이 한 줄로 처진 빨랫줄에’ ‘파랑 분홍 색깔의 앙증맞은 양말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본다. 한 줄로 처진 빨랫줄이 주는 상징은 가난이다. 아직은 가난한 부부의 생활을 상징하고 있고, 파랑 분홍 색깔의 앙증맞은 양말은 부부가 사랑하여 얻은 알콩달콩한 자식들을 상징한다. 참으로 기막힌 시적 표현이다. 시의 소재로 등장하는 부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독자는 느끼게 된다. 이를 시인은 ‘봄 햇살’이라는 시어로 따스함과 희망을 넌지시 짚어준다. 참 따뜻하고 행복한 시다. 어떤 부부의 사랑을 이렇게 은유하고 상징할 수 있는 시인의 시적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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