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08)

봄비 내리는 바다

  
  
夕亭 석홍권

동백 꽃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
그 바다에 봄비가 내린다

가슴으로 촉촉이 적셔 드는 그리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애증이
파도가 되어 부서져 삼킨다

이별의 사랑도 시작도 끝남도 없는
모두가 다 귀로에 선 나그네일 뿐
서로가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서성거린다

봄비가 속삭이듯 내리는 그 바다에
꽃잎 흩날리는 바람 되어
오늘도 그렇게 헤맨다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비가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섰는 어떤 남자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독자의 뇌리에 인상(印象)된다. 시(詩)를 읽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미지가 그려진다. 다시 말해 언어의 그림을 통해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을 독자는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석정의 시 <봄비 내리는 바다>는 이미지가 선명하다. 시인이 그림을 전공한 화가이기 때문인지 그의 시는 언제나 뚜렷한 이미지로 독자에게 파고든다.

지금 바닷가에 서서 봄비 내리는 바다를 보고 있는 시적화자의 분위기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이 시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시어가 한 번도 쓰이지 않았지만 독자는 시적화자와 같은 심정으로 외로움에 젖는다.

시인의 외로움은 ‘가슴으로 촉촉이 적셔 드는 그리움’ 때문이다. ‘그리움’은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다. 또는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을 일컫는다. 어떤 형태이든 시는 그리움에서 출발하여 그리움으로 완성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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