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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산책(313)윤상원] `별천지'윤상원) 대우조선 정년퇴직 / 거제문화원 이사 /눌산문예창작교실 수료

월요 아침 산책 (313)
    별천지

 

 




   윤상원

비행기 타고 여덟 시간 달리니
세상이 달라졌다

파도는 긴 보리 이랑을 만들거나
멍석을 말았다 펼치고 있고
햐얀 모래 위에는 방울방울 진주를 뿌려 놓는다
저마다 다르지만 즐거워하는 얼굴은 같다

홀랑 벗고 모래밭에 누운 사람들
끼리끼리 해변의 축제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
야자수 아래서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이 모두 태평양의 일몰과 함께 익어간다

잠시나마 근심 걱정 접어 두었다
반얀트리 그늘에서 저녁노을 바라본다
벤치에 앉아 지난 세월 꼽아보니 엊그제 같은데
그 많은 날들을 참으로 무심히 보냈구나

이제야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내 놓고 나서야 깨닫는다

역시 지구는 둥글고 넓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지금 시인은 ‘반얀트리 그늘에서 저녁노을 바라보며’ ‘이제야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문자답하고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만이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야 부모님의 빈 자리를 느끼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떠나보아야 세상이 넓은 줄도 안다.

기행문과 기행문학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간혹 기행문과 기행문학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문인들의 글을 모은 연간집이나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된 책에서도 기행문이 기행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낯이 뜨겁다. 기행문과 수필은 몹시 닮았다. 서양의 분류법으로 보면 기행문도 수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본래 기행문은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새로운 나라, 새로운 풍경, 새로운 풍물에 대한 정보로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보고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의 발달과 경제적 부유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느 때든 떠날 수 있고, 방송에서는 세계 곳곳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으니 지난 시절의 기행문이 갖는 효용은 사라지고 말았다.

기행문과 기행문학의 차이는 기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실 위주로 기록한 것이 기행문이다. 그에 비해 기행문학은 사실 위주의 기록에서 새로운 해석과 의미 부여라는 문학적 여과가 있어야 한다. 기행문은 소재가 분산되지만 기행문학은 어느 한 곳에 집중된다. 기행문은 소재의 폭이 넓어 이것저것 다 다루지만 기행문학은 소재의 폭이 깊어지면서 인생론적 명상이나 관조가 더해진다. 
윤상원 시인의 <별천지>는 기행시다. 반얀트리는 발리 최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최고급 호텔 브랜드다. 여기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얼마나 우물 안이었나를 깨닫는다. ‘그 많은 날들을 참으로 무심히 보냈구나’라고. 역시 지구는 둥글고 세상은 넓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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