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15)
   문장들의 골방

        추영미

오글오글
쉴 새 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치는 문장들이
머릿속 시냅스*를 쓱쓱 지나간다
아니 낱말들과 문장들이
전광석화처럼 얽히고설켜
나타났다 사라졌다
소란스럽다

정리되지 못한
정리하지 않은 낱말과 문장들의 나열이
겨울잠 준비하는
다람쥐 부푼 볼따구 안
욱여넣은 도토리마냥
오글오글 
모여있는 욕심덩어리다

정리하든
정리하지 않든 살아가는 순간들마다
부산스러운 마음
뭉뚱그려 뒷 골방에 모두 모아
보이지 않게
잠시 치워놓고
멀쩡해 뵈는 가면 하나
뒤집어쓴다

뒷 골방은 언제쯤 정리할까?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연접부위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추영미 작가의 詩 <문장들의 골방>은 글쟁이들의 참으로 딱한 애환이 그려져 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언어들 앞에 금방이라도 詩 한 편이 뚝딱하고 써질 것 같지만 막상 연필을 쥐면 그 언어들은 마치 비 오는 날의 빗방울 튕기듯이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그리고 나면 남은 언어들은 이가 맞지 않아 詩가 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치는 문장들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비유다.

여기에 재미있는 표현 하나를 더 발견하게 된다.

겨울잠 준비하는
다람쥐 부푼 볼따구 안
욱여넣은 도토리가 마냥
오글오글
모여있는 욕심 덩어리다

다람쥐는 겨울을 지날 식량으로 가을이 되면 도토리를 볼에 가득 넣어 와 땅속에 저장한다. 하지만 너무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하다 보니 어디다가 숨겨두었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다람쥐가 열심히 도토리를 모았지만 다시 찾게 되는 것은 1/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도토리는 어떻게 될까? 이듬해 봄이 오면 다람쥐가 찾지 못한 도토리들은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90%의 도토리가 참나무 숲을 이루고 그 나무들은 몇 년이 지나면 수천 개의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되돌려 주게 된다.

詩도 그런 것이다. ‘정리하지 않은 낱말과 문장들’을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이 생각의 골방 속에 넣어 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조차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다람쥐의 잃어버린 90%의 도토리가 참나무 숲을 이루듯이 우리는 잃어버린 언어를 안타까워하지 말자. 많이 잃어버릴수록 많이 저장되는 것이고, 많이 저장되어야 그게 다시 詩가 되어 언젠가는 詩의 숲을 이룰 것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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