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18)
            삶

     김 경 숙

나는 반짝이는 연두였다
새벽의 이슬을 맞았고
밤빛에 젖었다

나는 무성한 초록이었다
폭우를 맞았고
천둥에 몸을 떨었다

나는 이제 붉게 물들었다
찬바람에 떨며
바스락바스락 말라갔다

어느 날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나를 받쳐온 땅을
내 마지막 사랑으로 덮는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땅속으로 사라진 순간에도
아름다웠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시의 짜임은 대체로 직렬적 짜임, 병렬적 짜임, 혼합적 짜임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개의 시들은 직렬적 짜임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직렬적 짜임은 시간, 공간 또는 인과적 순서가 유기적인 관계에 놓이는 구성법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하루의 시간이 순서대로 놓이게 된다. 그밖에도 과거시점, 현재시점, 미래시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공간적 짜임은 시적화자가 옮겨가는 공간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고, 인과관계는 원인과 결과가 일렬로 짜여지는 시적기법이다.

김경숙의 시 <삶>은 직렬적 짜임으로 계절의 변화를 인간의 삶과 대비하여 한 편의 시를 빚어내었다. 그러나 계절은 표면적인 소재에 불과하고 사람의 한평생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삶의 줄임표’라고 볼 수 있다.
‘연두-초록-붉음’과 ‘새벽이슬, 밤빛-폭우,천둥-찬바람’이라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시인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떨어지는 낙엽’이다. 삶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부분이다. 곧 ‘어떤 순간에도 나는 /땅속으로 사라진 순간에도 /아름다웠다’는 이 한마디에 <삶>의 전부를 응축시켜 놓았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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