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19)
   비오는 수요일

海瑟  강미정

젖은 아침이 고요를 준다
멀리서 가늘게 들리는
새의 지저귐조차
고요에 고요가 된다
초록은 비의 무게를 지고
어두운 표정으로
자욱한 안개에 숨어 나를 보고
시간은 가고 있는지 머물렀는지
혼동되는 지금
짙은 화장을 하고
저녁 같은 아침을 만나려 한다
어쩌면 오늘도 행복과 해후하려나
기대라는 친구는 우리의 곁에
항상 스멀거리며 기회를 본다
비 오는 수요일
선택의 갈림길에 매번 고민하는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A.매클리시는 <존재의 시>에서 ‘시의 언어는 의미해선 안 되며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언어가 시가 되는 순간 사상이나 관념과는 무관한 제3의 실체가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언어도 하나의 독립된 사물로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실체라는 것이다.강미정 시인의 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수요일’이라는 시어다. 일주일의 많은 요일 중에서 하필이면 수요일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시의 행간에서라도 수요일의 의미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나 A.매클리시의 말처럼 시의 언어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요일은 시인이 설정한 존재일 뿐 그것이 목요일이 됐든 금요일이 됐든 그건 중요한 것이 못 된다. 왜 이 말을 하느냐 하면 대부분의 독자는 시를 감상할 때 시의 언어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것이 시적화자의 생각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시의 언어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고, 감상은 시어의 의미가 아니고 독자의 느껴지는 의미에 의해 재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비 오는 어느 날의 수요일, 짙은 화장을 하고, 출근하기 전 오늘 하루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갖는 시적화자의 기분을 이해한다면 그 다음의 상상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눌산 윤일광 문  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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