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20)
        겨울 상경

       김 복 언

어젯밤
눈 내리는 소리에 놀란 조주선사가
긴 코골이 잠에서 깨었는지

테헤란로 국기원에서 만난 한 비구니스님이
깡마른 꽃잎 한 장 건네주며 친구야
겨울이라고 했다

단지
깡마른 꽃잎 한 장 받았을 뿐인데

거제도로 오는 우등버스에서 자는 동안
내 무딘 손바닥 위에
산국 내음 풍기는 꽃피었다

*산국: 국화과에 속하는 들꽃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조주선사는 지금부터 1200년 전 후당시대(778년~897년)의 인물로 부처의 화신이라고 부를 정도의 선승(禪僧)이었다. 조주선사라하면 무엇보다 먼저 먼저 떠오르는 것이 끽다거(喫茶去: 차나 마셔라)로 유명하다. 선사께서 자신의 절에 온 승려에게 전에 온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승려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사께서는 “차 한잔하고 가시게”라고 했다. 또 다른 승려에게도 똑같이 묻자, 그 승려는 없다고 말했다. 선사께서는 또다시 “차 한잔하고 가시게”라고 했다. 이걸 본 원주가 선사께 왜 절에 온 적이 있든지 없든지 차를 한잔 마시라고 하는지를 묻자, 선사는 원주에게도 “자네도 차 한잔하고 가시게”라고 했다. 불가(佛家)에서 차(茶)란 깨달음의 상징으로 “차 한잔하고 가시게”라는 말은 ‘깨달음 한잔하고 가시라’는 숨은 뜻일 것이다.

유명한 선비가 조주선사가 가지고 있는 주장자가 욕심이 났다. 주장자는 선사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인데 그냥 달라고 하면 아주 무례한 일이다. 어떡하면 저 주장자를 손에 쥘 수 있을까 하고 선비는 머리를 굴렀다. 불가(佛家)에서는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한다는 걸 이용하기로 했다.
선비가 입을 뗐다. “스님, 부처님은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시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럼 스님께서 들고 계신 주장자를 저에게 주십시오.” 선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만약 조주선사가 "그래, 주겠다.”하면 주장자를 얻으니 좋고 또 "안된다."하면 조주는 욕심 많은 선사가 되고 말 일이다. 그때 조주선사가 말했다. “자고로 군자(君子)는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다.” 이 말을 들은 선비가 반박했다. “저는 군자가 아닙니다.” 그러자 조주선사가 이렇게 일갈했다. "나도 부처가 아니다.”

김복언 시인의 <겨울상경>은 ‘테헤란로 국기원에서 만난 한 비구니스님으로부터 받은 깡마른 꽃잎 한 장’이다. 그 마른 꽃잎에서 ‘산국 내음 풍기는 꽃피었다’는 선시(禪詩) 같은 느낌을 준다. 시의 연과 연 사이가 끊어지는 느낌과 거제도로 내려오는 차 안인데 상경(上京:서울로 올라감)이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눌산 윤일광 문 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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