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아침 산책 (321)
    낮에 나온 달 

素潭 박희자

가만히 들여다보고
재잘거리던
그 아이
눈에 아른거려
낮에 나왔다

모두가 잠든 밤은
심심하고 무서워
네가 놀고 있는
낮에 나왔다

아가 살빛 닮은
희미한 낮달이
분홍빛으로 번져
꽃밭 가득 피었다

감추어도
감추어도
배시시 
웃고 있는
낮에 나온 달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로 시작되는 ‘낮에 나온 반달’은 윤석중 선생님의 동요인데 홍난파 선생님이 노래로 작곡하여 유명해졌다. 1절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 2절은 ‘햇님이 신다 버린 신짝’ 그리고 3절은 ‘햇님이 빗다 버린 면빗’으로 비유했다. 주로 2절까지만 노래하다 보니 3절은 생소한 느낌이 든다.(참고: ‘해님’이 바른 표현이지만 당시의 맞춤법으로는 ‘햇님’이라고 썼다.)

소담(素潭)의 동시 ‘낮에 나온 달’은 제목이 윤석중 선생님의 동요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 시 작품에는 같은 제목이 여럿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담(素潭)의 동시에서 달이 낮에 나온 까닭은 ‘재잘거리던 /그 아이 /눈에 아른거려’‘모두가 잠든 밤은 /심심하고 무서워’ 네가 놀고 있는 낮에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상’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판타지(fantasy)라는 용어는 문학의 보편적 특성 중 하나이다. 특히 동시에서는 판타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동시에 판타지가 없다면 동시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학은 현실을 모방하되 상상력이 작용하여 새로운 세계를 눈뜨게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낮달이 나타나자 분홍빛 꽃밭으로 변한다는 상상과 달을 의인화하여 웃고 있는 모습에서 넉넉한 할아버지 같은 인자함이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눌산 윤일광 문 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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