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324)

어머니와 개떡

                      김점규 

부엌에는 매캐한 연기가 어려있다
어머니는
나를 아궁이 앞에 앉히고
솔가리 불을 헤집어
뭔가를 끄집어냈다

희끄무레 네모지고
쿰쿰한 냄새
꾹꾹 누른 어머니의 손자국에 묻은
솔가지 재를  털어내고 건네주신 건
꺼칠 머들거리는 보리딩기 맛
어머니는 몽당빗자루를 들고
딴청하고 계셨다

이 보리딩기 개떡 하나가
양식이 딸리는 살림
어머니의 주린 배를 달래는
끼니였다는 것을
수없이 많은 설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어머니 이번 설에는
따끈따끈하게 호빵을 데워
어머니 누우신 자리 머리맡에
놓아 드릴께요
아들 생각일랑 마시고
호호 불어 다 드세요

*보리딩기: 경남 방언으로 보리 도정 때 나온 껍질가루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개떡은 대개 보릿가루를 반죽하여 솥에 겅그레를 놓고 넓적하게 펴서 쪄내거나, 아궁이 잉걸불에 얹어 굽어 먹었던 떡을 말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가지 않듯이 개떡과 멍멍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개-’라는 접두사는 형편없는 것, 혹은 가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름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끔 개고기와 연관지어서 개로 만든 떡인 줄 알고 기겁을 한다는 유머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형편없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젬병’이 있는데, 이 말은 ‘개떡’의 한자어 ‘견병(犬餠)’과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개떡은 한국의 대표적인 구황식품으로,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던 추억의 단어가 되었다. 민간에 전하는 노래 중에 “오라버니 집에 가건 개떡 먹은 숭보지 마우. 이 담에 잘살거든 찰떡 치고 메떡 쳐서 고대광실에 맞으리다” 라고 오라버니에게 개떡밖에 대접할 수 없었던 누이의 서글픈 마음을 담은 노래가 있다. 민가에서는 먹을 게 없을 때 보리 등겨로 만들었는데, 6·25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흔해지자 밀가루개떡이 생겨났다.

김점규 시인의 <어머니와 개떡>은 못 살았던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게 만드는 시다. 아무도 모르게 살짝 부엌으로 불러 아들에게 전해주던 어머니의 개떡은 끈끈한 사랑이 오버랩되면서 눈물겹도록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더구나 그 개떡이 ‘어머니의 주린 배를 달래는 /끼니였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는 후회의 3연과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 앞에 이제는 개떡 대신 호빵을 놓는다는 4연은, 시점의 변화를 주어 독자로 하여금 더 숙연하게 만든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