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95」
  유자(柚子)의 꿈

윤  혜  반 (윤윤주)

    가시 속 긴장 뚫고
    도래미솔 꽃이 피면

    무시로 들고나는
    여남 마리 벌과 나비

    오월의
    꽃향기 지니고
    우둘투둘 익어가네.

    청곡리 돌담 옆에
    키로 자란 유자나무

    고흐의 붓질같이
    샛노랗게 익은 유자

    햇살은 
    껍질 속에다
    원색 꿈을 새겼네.

◎물메기와 ‘매기의 추억’
 밤새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늦게까지 가지에서 버티던 단풍도 맥을 못 추고 낙엽이 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물메기가 판을 친다. 물메기는 지질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철분이나 칼슘 함량도 많아 부종과 이뇨 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겨울철 보양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예전엔 물메기가 졸복과 함께 천한 어종으로 취급받았다. 졸복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독까지 지니고 있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정치망 등에 잡힌 졸복은 리어카에 실려 한적한 곳에 버려져 거름이 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끼니를 거르는 집에서는 버린 졸복을 몰래 가져다 국을 끓여 먹곤 졸경을 치루기도 했다. 물메기도 홀대를 받기는 졸복과 다름없었다. 물메기가 잡히면 재수 없는 고기라며 아예 먹지 않고 버리기가 예사였다. 20수 년 전만 해도 대구는 한 마리에 50만 원을 호가했으나 물메기는 고작 5천 원에 거래되었으니 다한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졸복은 고급 어종이 되어 귀하신 몸이 되었고 물메기는 귀하고 비싼 대구의 대용으로 사용되더니 어떤 때는 대구보다 비싼 값으로 팔리기도 한다. 그래서 물메기의 신분 상승을 두고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물메기는 성장 속도가 빨라 부화한 후 만 1년이면 수컷 길이가 40㎝, 암컷은 32㎝ 정도로 성장한다. 회유성 어족 중 대구나 연어 등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데 최소 3~4년이 소요되지만 물메기는 다음 해에 바로 돌아오기에 경제적으로 매우 유익한 어종이기도 하다.

 고급 어종 대열에 합류한 물메기 얘기를 장황하게 함은 ‘매기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매기의 추억’은 노래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당신과 내가 어렸을 때, 매기)”를 가리킨다. 이 시는 캐나다의 시인인 조지 존슨(1839-1917)이 ‘단풍잎’이라는 시집을 통해 발표하였는데 존슨이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사랑하는 아내인 매기 클라크가 결혼한 지 1년도 못 되어 병으로 죽자,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쓴 시라고 한다. 존슨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학교 선생이었는데 세 살 아래 제자인 매기 클라크를 사랑하였고 26세 때인 1865년에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둘은 결혼 후 미국의 오하이오주로 이사를 하였는데 사랑하던 아내 매기가 결혼생활 1년도 안 되어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매기를 떠나보내고 난 후 아내와의 사랑을 잊지 못한 존슨은 매기와 사랑을 나누던 토론토로 돌아와 연애 시절 자주 올랐던 물레방아가 보이는 금잔디 동산을 찾아 매기를 생각하며 이 시를 썼고, ‘단풍잎’이라는 시집에 이 시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 시는 영국의 버터필드(1837-1891, 바이올리니스트•가수•작곡가 겸 지휘자)에 의하여 작곡되었다. 민요조의 이 노래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불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미국의 대표적인 민요로 널리 불리어지고 있고 그 후 세계 각지로 전파되어 지금은 세계인이 애창하는 명곡으로 불리고 있다. 이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젊은 신혼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사별이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면서 가슴으로 함께 슬퍼하는 동병상련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우리나라에서는 윤치호 선생이 ‘옛날의 금잔디’라 제목을 붙이고 한국 가사로 번역 편곡하였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아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없어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아 내 희미한 옛 생각
     지금 우리 늙어지고 매기 머린 백발이 다 되었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내 사랑하는 매기야

 중학교 때이지 싶다. 음악 시간에 ‘매기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배웠는데 미국 어느 호수에서 주둥이가 넙적한 매기를 잡던 추억을 노래로 부른 것으로 알았다. 그것도 오래도록 말이다. 가사가 쓰여진 내력을 몰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올들어 처음 물메기탕을 먹었다. ‘매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 무지함에 고소(苦笑)를 짓기도 했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이성보시조시인 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유자의 꿈>은 고흐의 현란한 붓질같이 노랗게 영글은 유자를 두고 2수 연작으로 읊은 윤혜반 시인의 작품이다.겨울이 다가오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음료가 유자차이지 싶다. 그 상큼한 맛과 향긋한 향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유자는 거제 특산물 중 하나다. 유자는 그 기원이 중국인데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이러한 유자의 인기 비결은 그 맛과 향뿐만 아니라, 비타민 C와 필수 미네랄이 가득한 영양소를 제공하여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데 크게 기여함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 이맘때부터 즐겨 마시는 유자차는 감기 예방에서부터 스트레스 해소까지 다양한 건강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큼한 한 잔의 유자차, 이는 몸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지키며 마음을 안정시켜준다는 사실은 놀라웁다. 그래서 유자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생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품이 되었다. 지난날 유자나무를 두고 학자금나무라했다. 유자나무 몇 그루면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불렀다. 그런가 하면 회귤고사(懷橘故事 : 오나라 때 육적이라는 사람이 6세 때 원술의 집에 갔는데, 자기에게 먹으라고 주는 귤을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품었다가 하직 인사를 하고 갈 때 이를 떨어뜨려 들켰다. 이 일로 인해 그의 효성이 드러나게 되었던 일)를 인용한 광해군 때의 박인로(朴仁老)의 조홍시가(早紅柹歌)의 중장(유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 마는)에도 등장하는 유자다. 

 유자의 가시는 단단하고 날카롭다. 아무리 조심해도 찔리기 십상이다. 그런 / 가시 속 긴장 뚫고 도래미솔 꽃이 핀다./ 유자의 층층이꽃이 피는 모양을 두고 도래미솔 꽃이 핀다고 한 표현은 사실감 있고 정겨웁다. 유자꽃이 피자 시도 때도 없이 즉 무시로 들고 나는 여남 마리 벌과 나비다. 오월에 피는 유자꽃 향기는 향수와 화장품에 사용될 정도로 상쾌하고 감각적이다.처음 유자의 색깔은 짙은 녹색이다. 향기를 지닌 채 우둘투둘 익어간다. 청곡리는 거제 사등면에 있는 마을인데 시인의 향리이지 싶다. 

 돌담 옆에 키로 자란 유자나무라고 하였으니 돌담보다 조금은 높은키라 여겨진다. / 고흐의 붓질같이 샛노랗게 익은 유자 /다. 현란한 색채의 마술사가 반 고흐가 아니던가. 샛노랗게 익은 유자에서 등장한 ‘고흐의 붓질’은 진지한 흥미를 더한다.  따가운 여름 햇살은 샛노란 원색의 꿈을 껍질 속에다 오롯이 새겨 놓았다. 샛노란 유자의 꿈은 독자에게도 상큼하게 전달되지 싶다. 얼른 유자차 한 잔을 마셔야겠다.능곡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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