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29)
      괜찮습니다

       고혜량

봄바람에 꽃봉오리 벙글 때마다
널뛰듯 뛰는 가슴
잠재우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눈썹에 걸린 땀방울
먼지 묻은 손으로 닦으며
얼굴 찡그린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녁노을 닮은 산색에 붙들려
나를 가두는 형벌에
눈물 흘렸던 날도
괜찮습니다

강물처럼 바삐 지나가 버린
부스러기 같은 시간을
보듬고 어루만져 볼 뿐이어도
괜찮습니다

똑똑한 세상에 바보 같은 내가
이만큼 살아냈으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감상

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말에도 영혼이 있다’라고 믿었다. 곧, 언령사상(言靈思想)이다. 말을 하건 문자로 표현하건 거기에는 어떤 신령한 힘이 있어 그 말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상이다. 여기서 출발하여 ‘언어가 사유를 지배한다.’라는 현대철학의 한 축이 만들어졌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불길한 말을 하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여긴다. 우리 민요 가운데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로 시작하는 풍년가가 있다. 노랫말에서 이미 올해도 풍년이 왔다고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풍년을 기원하는 언령주술적 요소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 경덕왕 19년 4월 초하룻날, 하늘에 갑자기 해가 두 개나 나타나더니 열흘 동안 없어지지 않는 괴변이 일어났다. 이에 월명사(月明師)가 왕명을 받고서 ‘도솔가’(兜率歌)를 불렀더니 두 개의 해 가운데 하나가 마침내 없어졌다. 하늘에 해가 둘이라는 건 인간사로 치면 한 나라에 임금이 둘이라는 얘긴데 ‘도솔가’를 통해 신라는 정국의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이다.

설날 나누는 덕담(德談)도 새해 아침에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 년 내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좋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비단 언령사상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 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긍정의 힘을 심어주게 된다.

고혜량 시인의 시 <괜찮습니다>는 2024년 갑진년을 맞으면서 모두에게 던져주는 신년 메시지이며 값진 덕담의 시다. ‘모두가 내 탓입니다’라는 고백의 시다. 이 시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마지막 5연 때문이다. 이 시를 읽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면서 자신을 향한 목소리로 받아들임으로 시를 완성한다.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래, 괜찮아’하는 마음다짐을 올 한 해 내내 기억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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