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30)
        단감

     김은정

엄마가 손톱 밑이 까매 
지도록 깻잎을 한장 두장
펴서 묶고 있다.

마주 앉아서 말없이 
깻잎을 묶다가 
엄마가 살그머니 내 손을 잡고 
깻잎 속으로 넣는다.
"어머, 이게 뭐야"
"너 주려고 가져왔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엄마가 깻잎을 
따 오기를 기다린다

깻잎 속에 있는 
단감이 먹고 싶어서

감상

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

 엄마의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동시다. 동시는 동심의 마음으로 쓴 어른의 시다. 시를 쓰다 보면 처음에는 동시가 쉬워 보인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다 보니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동시는 어려워진다. 문학성 + 아동심리라는 두 가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초등학교 아이가 쓴 시도 동시인가? 일반적으로 그들이 쓴 시를 ‘동시’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동시가 아니다. 무엇보다 문학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시’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 문학평론가들의 주장이다.

김은정 시인의 <단감>에는 단감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날 깻잎을 묶고 있던 엄마가 그 깻잎 아래로 단감을 전해주던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시를 읽고 있으면 엄마와 딸이 깻잎 밑으로 주고받는 단감의 모습이 선연하게 그려지면서 독자는 작은 미소를 짓게 된다. 시에 대화체를 섞음으로 실감나는 표현이 되었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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