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35)
     서정 정현복

       유정연

오늘도 바쁘다
동네 구석구석
방범 삼아
놀이터 삼아
친구삼아
쉼 없이 걸어서 제자리다

막걸리에는
파전으로
소주에는
멸치로
술도 좋고 안주도 좋고
사람은 더 좋다

정이 많고
사랑이 넘치고
그래서
복도 많은 분이시다

스케줄 없는 여자와
깨소금 참기름보다 진한
고소한 사랑은
봄마다 바람이 나도
끄떡없다

구조라에는
서정 정현복
그분이 계신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유정연 시인은 ‘서정 정현복’을 소재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시를 썼다. 시를 읽으면 독자는 ‘서정 정현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서정 정현복’이 어떤 인물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에 나타난 그 사람은 ‘바쁜 사람’이다. 술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다. ‘정이 많지만 복도 많은 사람’이다. 정이 많지만 ‘바람이 나도 끄떡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정보 하나를 던져주는데 그건 ‘구조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정(西亭)’이라는 아호는 그의 고향인 ‘거제면 서정리(西亭里)’에서 따왔다. 수필과 시로 등단하였고, 월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정의 시는 토속적인 냄새가 풍기는 특유한 자신만의 시를 쓰는 시인이시다. 그의 시에는 구수한 슝늉냄새가 나고, 장작숯불에서 갓 굽어낸 군고구마 냄새가 나고, 잘 삭힌 농염한 거름냄새가 난다. 투박한 고향의 언어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서정 정현복’이다.

유정연 시인은 이런 ‘서정 정현복’의 인간성과 문학세계를 무겁지 않으면서 정감 있는 묘사로 독자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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