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37)
        변비

                  





      김 나 연 
온종일 더부룩한 아랫배
빠져나가지 못하는 가스들로 가득 찬 장
용암이 끓는 듯 부글거린다
시원치 않게 피시식 새어 나오는 방귀 소리 고약한 냄새
거사를 도모해 본다
진땀 빼며 용만 쓰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 미움이 마음에 앉은 지 수 세월이 지났는데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며
지난밤도 잠을 설쳤다
오늘은 생각 말자 다짐을 해보며
마음을 살살 달래어 본다
원망과 슬픔이 보태어져 실패하고 말았다

분명 들어갔는데
적당히 머물다 때가 되면 나와야 하는 것을
나올 길을 찾지 못하는 내 마음의 변비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변비 때문에 고생해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1연을 읽으며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어려운 시어 하나 없고,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 없이도 이렇게 리얼하게 묘사를 할 수 있는 시인의 시적 능력이 대단하다. 제1연은 시라기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에게 하소연하듯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냥 일상의 용어로 일상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데서부터 시는 시작된다.

그러다 2연에 가면 독자의 상상을 배반하면서 ‘변비가 그 변비가 아니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시의 묘미는 이런 반전으로 이루어진다. 독자가 생각하는 그대로 흘러간다면 시는 아무런 재미가 없다. 얼마만큼 독자의 상상과 거리가 생기느냐에 따라 시는 완성도가 높아진다. 멀면 멀수록 좋다. 이를 시작법에서는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라는 기법으로 처리한다.

이 시의 주요한 행이 제일 마지막에 있는 ‘내 마음의 변비’이다. 보통 같으면 제목을 ‘마음의 변비’라고 했을 텐데, 그렇게 했을 경우 독자가 읽기도 전에 시의 내용을 눈치챌 것임을 알고 그냥 ‘변비’라고 했다. 독자는 속은 것이다. 흔히 말하는 떡밥이 멋지게 뿌려진 것이다.

1연의 유머스런 분위기가 2연에서는 진지한 고뇌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우리는 모두 ‘마음의 변비’를 앓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가 던져주는 여운에 잠시 숙연해진다. 처음의 웃음기가 싹 가시면서.(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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