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39)
   병원 창가에 서서 

                  





     박 정 철 

백병원 5층 222호실
지팡이에 의지하여 창가에 선다
조용한 산 속에서 바람이 몰려온다

창문이 그려놓은 풍경
비 온 후 맹죽은 하늘 높이를 가늠하고
아침 이슬 흠뻑 머금은
미루나무는
아침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창가에 산비둘기
짝지를 기다리는데
밤새도록 울던 뻐꾸기 소리 뚝 끊어지고
간밤에 내린 이슬비가 돌담 벽에
묵화를 걸어놓고 갔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애잔함이 느껴지는 시이다. 몸이 아파 병실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시적화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백병원 5층 222호실 창가에 서서 내다 본 병원 밖의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기실은 시적 화자의 심정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특히 간밤에 비가 내린 탓에 맑고 깨끗해진 풍경처럼 자신도 그렇게 쾌차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바람이 깊게 깔려 있다.

박정철 시인은 연만하시지만 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문학잡지에 등단하실 때 이미 나이 여든을 넘기셨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시인의 시는 모두가 인생을 달관한 수행자처럼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넘치는 비유도 상징도 쓰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삶의 경험을 부드럽게 풀어 놓으신다. 지금 시적화자가 어떤 병으로 입원하였는지 시에서는 정보를 주지 않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창가에 선’ 것으로 보아 쇠잔해진 기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래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 오래지 않아 툭툭 털고 일어나 병원문을 나서리라고 기대하게 된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