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41)
       밤 비

      최 병 식
아직도 슬퍼서
밤에 내리는 비는
어두운 길 홀로 달려와 내 곁에 앉았다

밤새 울어야 하는 비는
성게알 같은 외로움에 갇혀
어두운 눈물을 떨군다
그런 삶이었기에

비는 나를 가두고
나는 비를 가두고

나 아닌 나는
비 오는 밤길에 갈 데가 없어
방을 내어주지 않고
죽은 자처럼 누웠지만
갑자기 일어나 휘젓고 다니면
집은 그의 것이 된다
비처럼 울 수밖에 없다
천둥처럼 소리칠 수밖에 없다

비는 밤에 내려서 슬프다
덧없이 흐르는 기억이라 슬프다
그렇게 삶은 
비와 함께 밤새워 흘러갔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최병식 시인의 <밤비>에서 ‘비’는 삶과 사랑이라는 순환적 공간을 사유한다. ‘비는 나를 가두고 /나는 비를 가두고’라는 대립적 구도가 시의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모티브다. ‘방을 내어주지 않고 /죽은 자처럼 누웠’을 때는 비가 나를 가두었고, ‘갑자기 일어나 휘젓고 다니면 /집은 그의 것이’ 되어 내가 비를 가둔다. 이 이항적 공간에서 화자는 상호작용하는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슬퍼서 /밤에 내리는 비’가 아니라 ‘밤에 내려서 슬프다’는 화자의 독백이 독자를 밤비 속으로 가두고 만다. 그리하여 화자와 독자는 공유의 삶이 되어 ‘성게알 같은 외로움’이 ‘비와 함께 밤새워 흘러’가고 있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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