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중공업이 올해와 내년 대규모 적자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 조선업의 위기감이 가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올해 한국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대비 거의 4배 가까운 성적을 거둬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괴리는 수주 성적이 매출로 연결하는 데 2∼3년이 걸리는 조선업 특성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최소 내년까지는 한국 조선업계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은 올해 573만6182CGT(표준화물 환산 톤수·152척)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인 156만9439CGT(56척)보다 3.56배 많은 수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전체 조선 업황이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점유율까지 늘리며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전 세계 수주량은 1950만6474CGT(725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7만8126CGT) 대비 150% 이상 늘었다. 한국 점유율은 지난해 16.6%였던 데서 올해 현재 기준 29.4%까지 늘었다.

이런 약진에도 한국 조선업은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이 올해 영업이익 적자 4900억원, 내년 영업이익 적자 2400억원 전망을 조기 공시한 직후 시장에 위기감이 확산했다. 당장 주식 시장이 출렁였다. 6∼8일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무려 3조5000억원 빠졌다. 삼성중공업이 1조9344억원(39.4%), 현대중공업이 1조5015억원(17.3%), 대우조선은 1155억원(6.0%) 빠졌다.

이런 위기감은 최소 2019년은 돼야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고유가 등 요인으로 올해 업황이 개선하고 있어 수주가 늘었는데 이게 설계 등 과정 때문에 당장 일감이 되려면 1∼2년이 걸리고 매출에 반영하려면 2∼3년이 걸린다”면서 “내년까진 일감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자 전망을 내놓았던 삼성중공업 측도 2019년부터 매출이 회복하고 흑자 전환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국 조선업계의 진짜 고비는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일감 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버티기 위한 ‘실탄’ 마련이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내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구조조정 이행 부진으로 비용 감축에 실패한 삼성중공업과 달리 지난해 발표한 3조5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거의 다 이행해 충분히 체력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도 올해 초 정부로부터 2조9000억원 규모 추가 자금지원을 받아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