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38)

꿈

   海亭 옥영재

에덴이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낙엽이 강변의 기억을 세운다. 기억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안 잠복하고 있던 철지난 분노가 인다. 그건 그리움이다. 세월 뒤에서 서성이고 있던 그리움이다. 모텔의 불빛들이 죽어가고 있다. 기억이 지워지고 있다. 발화되지 못한 꿈이 바닷가 바위 되어 해수에 잠기고 있다.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까맣게 밤이 익는다. 목과 눈이 도륙된 하얀 볼락이 모래알처럼 입속을 뒹굴며 수족관에는 박피(剝皮)된 추억이 침묵하고 있다. 굴절된 분노가 입술을 깨문다. 알코올에 저려진 정액이 에덴공원의 여백으로 곤두박질 친다. 하와가 사라진 에덴에서 아담이 피(血)를 토하고 있다.

지워졌다.
되돌아 갈 수 없는 리듬. 엉켜버린 멜로디. 스피커는 운율(韻律)없는 밤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도로를 질주하는 불멸의 고독. 에덴을 버린 아담들이 연리지(連理枝)에 매달려 출렁거렸다. 혈맥처럼 돋아나는 욕정, 가로등에 밟히며 바람이 된다. 가로등이 꺼진다. 모든 게 지워졌다.

꿈이다.
-기억이 꺾이지 않는 꿈은 현실이다-

(감상) 

시의 본질은 서정시(抒情詩)다. 서정시는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표현욕구는 압축이라는 시적장치로는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형태상으로는 산문이지만 언어진술이 자유시처럼 내재율을 가지는 시를 산문시라고 한다.

옥영재 시인의 ‘꿈’은 형태는 산문시이지만 비유와 은유가 신선하다. 시의 참신성이란 언어부림이 일상적이지 않는 언어감각에 있다. <에덴이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기억 속에서 지워졌다>→<지워졌다>→<꿈이다> 이런 일련의 구조는 대단히 의도적인 창의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인은 꿈의 정의를 <기억이 꺾이지 않는 꿈은 현실이다>라는 대전제를 제시하고 있다. 시인의 수준 높은 언어감각을 느끼게 하는 시다. ( 눌산 윤일광 시창작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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