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은 해마다

竹亭 민병재

벚나무
비록 늙어
등 굽었어도
해마다 봄이면
환한 저 꽃그늘.

할머니
유모차 위
한 묶음 들꽃
올해도 탈 없이
환하게 피었다.

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민조시(民調詩)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민조시는 3·4·5·6의 율격(음수율)을 지닌 정형시다. 우리 민족의 민간 장단으로 흘러내려오는 율조의 소리를 문자의 뜻 위에 얹어 빌려 쓴 정형시다.  짧고 단순한 자수(字數)로 이루어진 詩인 탓에 고도의 집중력과 관찰력, 그리고 시적(詩的)인 상상력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문학이다.

竹亭 민병재 시인의 <고목은 해마다>는 3·4·5·6·6의 율격으로 된 두 마디 형식의 詩다. 민조시에서 같은 음수는 반복이 허용되기 때문에 詩를 짧게도 길게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한 편의 詩가 끝날 때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두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벚나무가 비록 고목이 되었다 해도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는 1연과, 할머니의 유모차에 실려 있는 한 묶음의 들꽃을 대구(對句)로 마주보는 詩이다. 고목의 환한 꽃그늘과 할머니의 환한 미소가 눈에 밟히듯이 대비되면서 건강한 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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